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인 인텍플러스(064290)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에 반도체 패키징 검사 장비를 공급한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업계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쾌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텍플러스는 최근 세계 최대 파운드리 A사의 검사 장비 퀄(승인) 작업을 통과했다. A사는 조만간 인텍플러스에 발주 주문을 내 연내 첫 제품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퀄 테스트를 통과한 장비는 패키징 생산 라인에서 활용되는 기기다. 여러 종류의 칩을 마치 한 개의 반도체처럼 연결하는 ‘2.5D 패키징’ 공정에서 활용한다. 칩이 놓이게 되는 기판에서 정보가 이동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범프’의 외관을 3차원(D)으로 정교하게 검사하는 장비다.
인텍플러스의 이번 퀄 통과는 한국 소재·부품·장비 기술의 저력을 입증한 사례다. 이번 인증 테스트에서 인텍플러스의 경쟁사는 세계 반도체 검사 장비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회사인 KLA였다.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생산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장비 공급망(SCM)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인텍플러스는 이번 평가에서 ‘언더독’으로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매출 1000억 원대의 국내 장비 회사가 매출 13조 원대를 자랑하는 KLA의 브랜드 아이코스(ICOS) 성능을 능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5D 패키징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텍플러스 장비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엔비디아·AMD·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구현을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로 결합하는 2.5D 패키징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텍플러스가 장비를 납품하게 될 파운드리는 고급 2.5D 패키징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꿰차고 있고 칩 설계 업체들의 주문이 밀려 현재 생산 라인을 빠르게 증축하고 있다.
인텍플러스는 국내 장비사의 매출 다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두 회사의 경영 환경에 기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두 회사의 실적이 악화하면 국내 장비사들의 실적도 함께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퀄 통과에 따라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텍플러스는 앞서 2020년 미국 인텔에 패키징 장비를 단독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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