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비롯해 일부 국가의 닭고기 수입 검역이 강화되면서 국내 수출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5월 초 축산물 검역 규정을 개정하고 같은 달 중순부터 개정 사항을 본격 적용했다.
규정이 바뀌면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중국·브라질 등 베트남으로 닭고기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닭고기에 포함될 수 있는 병원성 세균을 모두 검사하고 베트남 검역 당국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규정이 매우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수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는 하지만 생닭을 만진 뒤 손을 잘 씻고 조리 시 충분히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며 “닭고기를 생으로 먹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가 자국 닭고기 산업 육성을 위해 수입산 검역 절차를 강화한 듯해 대응이 필요한 상황”고 토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냉동 닭고기(절단·비절단)의 수출 규모는 591만 달러(약 82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1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4월 냉동 닭고기 수출 증가율이 54%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5월 중순부터 검역이 강화되면서 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수출 업계는 6월의 경우 수출 규모가 1년 전보다 30%가량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역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남은 7~12월에도 수출 규모가 30%씩 감소한다면 올해 연간 냉동 닭고기의 총 수출 규모는 지난해 총 6788만 달러 수준에서 5800만 달러 수준으로 약 14%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국내 냉동 닭고기 수출 물량의 99%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정부는 베트남의 검역 절차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농식품부의 관계자는 “검사 대상 항목을 조금 줄이거나 수출 전에 우리나라에서 자체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베트남으로 닭고기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서울에서 레밍호안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장관을 만나 양국 간 농업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닭고기 수출 업계의 애로 사항을 전달하고 수출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송 장관은 “2022년에 양국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만큼 농업 협력도 더욱 확대되기 바란다”며 “한국산 농식품·농기자재의 대(對)베트남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산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 닭고기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