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를 속여 파는 비양심 업체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이 형사고발 대신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액수 역시 평균 수십만 원에 불과해 낮은 처벌 수위가 불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시가 김종민(세종갑) 새로운미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까지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13곳의 음식점(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집단급식소) 중 단 한 곳도 고발 처분을 받지 않았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발건수는 각 6건, 5건, 5건, 1건, 7건으로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전체 행정처분 건수는 130건, 49건, 50건, 23건, 43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년 열에 아홉 이상은 벌금을 내는 선에서 잘못을 무마한 셈이다.
경기도에서도 과태료 처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5월까지 적발된 11곳의 업체 중 고발 조치가 내려진 곳은 단 한 곳 뿐이었다. 업체당 부과된 과태료의 평균 액수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28만 원, 26만 원, 24만 원, 20만 원, 23만 원으로 20만 원대에 머물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30만원은 사실상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태료”라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최소 100만 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산지 위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지도·점검 실적은 감소세다. 서울시 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원산지 지도·점검에 따른 단속 건수는 2019년 130건에서 2023년 43건으로 줄었다. 지도·점검이란 지자체와 농·수산물품질관리원 등 유관기관들이 합동으로 도·소매점, 통신판매점, 음식점 등을 방문 점검해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식품접객업소(음식점·주점·제과점)에 대한 단속이 2645개소에서 2396개소로 10% 안팎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소폭이 컸다.
단속망을 더욱 촘촘히 하기 위해선 투입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 건수가 가장 많은 농·축산물 단속반은 농산물품질관리원 소속 특별사법경찰관과 명예감시원으로 구성된다. 둘을 합친 총 인력은 2019년 1만1829명에서 2023년 1만1228명으로 줄었다. 특별사법경찰 인력은 1078명에서 1087명으로 비슷한 선을 유지했지만 인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명예감시원이 600명 넘게 줄어든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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