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이 신인왕에 올랐던 2020년 신인 랭킹 7위에 머물렀던 노승희(23)는 존재감이 별로 없던 선수였다. 그해 상금랭킹 51위로 시작해 2021년 상금 45위, 2022년 상금 46위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톱10’ 8회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22위까지 오르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코 노승희를 떠올릴 수 있다. 상반기 17개를 끝낸 현재 노승희는 상금랭킹 3위(5억 9187만원)에 대상 포인트에서도 3위(257점)에 올라 있다.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는 시즌 3승씩 거둔 두 부문 1위 박현경과 2위 이예원 밖에 없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 노승희가 대단한 건 장타자들이 득실대는 KLPGA 투어에서 ‘드라이브 거리 74위’의 단타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노승희는 장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노승희의 드라이브 거리는 평균 234.27야드다. 257.31야드를 치면서 1위에 올라 있는 방신실과는 23.04야드나 차이 난다. 파4홀에서 그린을 노린다면 방신실보다 최소 2~3 클럽 길게 잡아야 한다. 하지만 노승희에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쇼트게임 능력이 있다. 상반기 파온이 되지 않는 홀에서 파 이상을 기록하는 리커버리율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74.04%의 확률로 73.93%의 박결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노승희가 더욱 대단한 이유는 리커버리율이 높으면서도 결코 그린적중률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그린적중률은 76.68%로 8위다. 박결의 그린적중률이 62위(69.62%)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노승희가 뛰어난지 알 수 있다.
노승희의 티샷은 멀리 나가지 않지만 정확도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페어웨이 안착률 부문에서 81.35%로 2위에 올라 있다. 정확한 티샷에 이어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그린적중률을 높이고 있는 선수가 바로 노승희인 것이다.
올해 노승희는 상반기 17개 대회를 모두 뛰었다. 지칠줄 모르는 강철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도 32개 대회를 모두 뛴 선수 중 한 명이 노승희였다.
더욱이 올해 노승희는 17개 대회에서 컷 오프를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물론 기권도 없다. 올해 기권과 컷 오프가 모두 없는 선수는 노승희를 포함해 3승의 이예원과 2승의 박지영까지 3명이 전부다. 다만 국내 무대에서 14개 대회를 소화한 이예원과 10개 대회를 뛴 박지영은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컷 오프를 당한 적이 있다.
노승희는 과연 하반기에도 컷 오프 없는 경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까. 리커버리율 1위는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까.
‘노승희의 하반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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