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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빅테크 실적에 美 침체론까지…하루새 시총 78조 증발

[亞증시 '검은 금요일']

◆ 코스피 4년만에 최대 낙폭

美 침체 우려에 뉴욕증시 폭락

월가 "7월 금리 내렸어야" 지적

外人 코스피서만 2.7조 매물폭탄

삼성 4%·SK하이닉스 10% 급락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일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검은 금요일’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현·선물을 통틀어 총 2조 7688억 원, 코스닥에서는 현물에서 1501억 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그 결과 코스피는 2676.19로 장을 마감해 3.65% 하락했는데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근 4년 만에 가장 크게 빠졌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8조 5720억 원이 사라졌다. 코스닥도 4.20% 급락해 근 2년 만에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민감 국면에서 경기 민감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주당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아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 게 결정적이었다. 통상적으로 고용지표는 한 번 안 좋아지면 급격히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진단마저 나왔고 이는 미국 증시 급락, 뒤이은 한국 증시 폭락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스피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4.21% 하락해 7만 9600원에, SK하이닉스(000660)는 무려 10.40% 폭락한 17만 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단 2개 종목에 불과했다. 상승률도 공히 0.75%로 사실상 보합 수준이었다. 반도체·전력·조선 등 실적 우량주로 분류되는 업종 역시 미국발 악재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줄줄이 하락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는 “지금까지 물가 하락만 대변하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불안이 엄습했다”며 “특히 높아진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빅테크들의 실적이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바람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게 현재 시장 상황”이라고 짚었다. 염승환 LS투자증권 이사도 “현재 증시 조정은 지난달과 달리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발생한 만큼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 제법 충격이 클 수 있다”며 “이전에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 기업들의 이익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 중이라 더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더 답답한 대목은 뉴욕 증시가 과열 상황에서 조정을 겪은 반면 국내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하락 추세를 살펴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7월 16일을 기점으로 이날까지 약 3.9% 하락한 반면 코스피는 지난달 11일을 기점으로 이날까지 7.5% 추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2700대 아래로 떨어져 올 3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국내 증시가 최근 외국인의 유입에 힘입어 상승해온 만큼 대외 변수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1조 9201억 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보수적으로 임하되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종목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조정 양상이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투매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은 빅테크 종목들 덕분에 큰 수익을 봤다면 이제는 채권이나 대체자산에도 적절히 분산투자할 때”라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실적이 기대되는 방산·에너지·조선 등과 금리 인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헬스케어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헬스케어, 은행주, 필수 소비재 등을 꼽았다. 이선엽 이사는 “미국의 경기 둔화가 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뜨거웠던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맞아 식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들로 갈아타기보다는 주도주 중에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하락장보다는 조정 국면으로 판단된다”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성에 의구심이 든 것은 맞지만 실적이 꺾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열 조정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빅테크들의 목표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모건스텐리는 지난달 31일 엔비디아를 ‘톱픽(top pick·최우선 매수주)’으로 선정했다. “차세대 칩인 블렉웰로의 수요가 크게 늘고 데이터센터 사업에서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제프리스는 1일 마이크로소프트(MS)를 톱픽으로 선정했고 웰스파고도 MS의 목표가를 515달러로 상향했다. IB들은 다만 AI를 활용해 실제 수익 모델을 창출해내는 데 성공한 기업들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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