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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자연스러운 주식시장의 변동성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를 걷은 사이 개는 앞서가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 시장이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명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 나오는 이야기다. 과도하게 오르거나 과도하게 떨어지는 주식시장의 모습을 이처럼 유쾌하게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없다. 실제로 개를 데리고 산책해보면 알겠지만 이 놈은 강력한 호기심으로 뭔가 끊임없이 즐거운 놀잇감을 찾는다. 이를테면 풀이나 벌레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성’을 찾았고 마침내 전기 자동차나 인공지능(AI) 산업 등을 잇따라 발견하고 앞으로 내달려 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고는 갑자기 주인을 향해 달렸고 이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을 지나쳐 버린 형국이다.

며칠 사이로 수익률이 폭락하거나 혹은 손실로 돌아선 연금 투자자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양호한 운용 성과를 보다가 갑작스런 하락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연금 투자자라면 이럴 때일수록 한발 물러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실 주식시장의 등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가는 항상 등락하기 마련이고 오늘도 요동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깝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떠올려 보라. 당시에도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향후 몇 년 동안 주가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돼 많은 투자자들이 깊은 불안감에 빠졌다. 하지만 불과 얼마 안 돼 주식시장은 회복했다.

어떤 연금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없는 자산운용을 원할 수도 있다. 변동성 없이 운용하려면 은행 정기예금과 같은 확정 금리형 상품으로만 운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변동성은 없앨 수 있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물가 상승률 이상 수익을 얻으려면 결국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 필립피셔의 아들이자 미국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인 켄 피셔(Ken Fisher)는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라는 책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변동성 때문에 적정 비중의 주식 투자조차 겁낸다”며 “변동성은 정상적이며 그 자체가 변동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갑자기 찾아온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너무 겁먹거나 흥분하지 말고 담대하게 대할 일이다. 산책 나온 개는 결국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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