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따라 국민연금을 개혁해도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수 있는 잠재부채가 1500조 원에 달해 구조 개혁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연금연구회는 24일 서울 중구 동국대 덕암 세미나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42%를 달성하기 위한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20.7%”라며 “보험료를 13%로 인상해도 7.7%포인트가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며 “연금 개혁의 1번 과제는 지속 가능성 확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2028년 40%로 낮추기로 한 소득대체율을 지금의 42% 수준으로 유지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연구회 측은 정부안대로 연금을 개혁해도 미적립부채가 15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적립부채는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에서 현재 기금 적립액을 뺀 것으로 기금 고갈 시 미래 세대가 져야 하는 부담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1941조 원인 2024년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는 정부안대로 개혁할 경우 1511조 원으로 감소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2.8%에서 64.4%로 줄어든 것이지만 미래 세대 부담을 해결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교수는 “이미 국가부채 규모도 상당한 상황”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미적립부채는 금융시장과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미나에서는 의무 가입 연령 상향과 함께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실수령액을 사실상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행 만 59세인 의무 가입 연령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만 65세)에 맞추면 소득대체율이 5%포인트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의무 가입 기간을 늘리면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 기간이 증가해 소득대체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자동 조정 장치가 ‘자동 유지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소득 강화는 퇴직연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실적 배당형 퇴직연금도 국민연금 대비 수익률이 4%포인트 가까이 낮다”며 “국민연금과 같은 비영리 수탁 법인에 퇴직연금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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