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아시아나항공(020560) 자리를 노리던 대명소노그룹이 하이브리드항공사(HSC) 에어프레미아 인수 포기 사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예상보다 길어진 티웨이항공(091810) 기업결합신고 절차와 자체 미주 노선 확대 자신감, 타이어뱅크 측의 강한 인수 의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티웨이항공 기업결합신고 승인을 받는데 예상 밖으로 시일이 오래 걸리자, 복수 항공사 인수로 관련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다는 티웨이항공 인수 후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앞서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 인수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대명소노는 올 3월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준혁 회장을 비롯한 대명소노 측 인사 9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계획이었다.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다.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한 자료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최대 9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하지만 자료 보완에 들어가는 시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승인 지연 관측이 나왔다. 대명소노가 티웨이항공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선 공정위 심사는 늦어도 오는 23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자체적으로 미주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대명소노가 에어프레미아 인수에서 손을 뗀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만 해도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 인수를 마친 후 에어프레미아도 추가 인수 합병해 제2 아시아나 자리를 노리는 대형항공사(FSC)를 출범시키려 했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중심 노선을 보유 중이고,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중심의 노선을 운영해 대한항공(003490)에 이은 장거리 국제선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다만 이는 단기적 방안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티웨이항공 자체적으로도 미주 노선 확대가 가능하긴 하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7월부터 캐나다 밴쿠버 노선을 신규 취항하며 미주 노선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
타이어뱅크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점도 대명소노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타이어뱅크의 자금력에 의문을 품으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인수금액 경쟁에서 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타이어뱅크가 주당 1900원에 대명소노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모두 사들이겠다고 나오며 매각을 결정했단 전언이다. 이번 거래로 대명소노는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확보한 지 7개월 만에 약 18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다만 변수는 여전하다. 타이어뱅크가 9월 말까지 대명소노 측에 잔금을 치르지 못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면서다. 이 경우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이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다. 티웨이항공 인수를 마무리한 대명소노가 다시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인수에 나설 확률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기준 타이어뱅크가 전국에 소유한 토지 가치만 3834억 원, 이익잉여금은 5364억 원으로 토지 담보대출이나 배당 등 자금 마련 방안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