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회사인 ‘트럼프그룹’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문주현 MDM그룹 회장을 만나 미국 개발 프로젝트의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부동산 개발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30일 회동에서 한국의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 뒤 미국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양측은 한미 간 공동 개발 참여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공동으로 투자할 만한 미국 내 2~3개 프로젝트 리스트를 보내주겠다”며 적극적인 협업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보통 1개의 부동산 개발 회사가 큰 프로젝트를 전담하지만 미국에서는 여러 부동산 개발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개발을 진행한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행사인 MDM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트럼프 주니어가 문 회장과 회동한 것은 한국 진출의 물꼬를 트고 미국 개발 사업의 공동 투자자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美 개발시장, 진출 본격 신호탄…“트럼프그룹, 韓 사업 참여도 현실화되나
트럼프그룹을 이끄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MDM그룹에 공동투자를 제안하면서 ‘K디벨로퍼’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행정 체계와 현지 네트워크 부족이 미국 개발 시장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가운데 MDM그룹이 트럼프그룹 측과 큰 틀의 공동 사업 참여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그룹과 MDM의 협업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국내 부동산 개발 업계의 미국 등 글로벌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MDM그룹에 따르면 MDM은 현재 미국에서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MDM은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회사인 거캐피털과 함께 미국 LA 도심재생구역의 창고 용지(8645㎡)를 사들이며 미국 주택 시장 사업의 닻을 올렸다. 이어 MDM은 미국 택사스 댈러스 핵심 업무 지구인 업타운에서도 4307㎡의 대지에 프리미엄 오피스 ‘하우드 No.14’도 공급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오피스텔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그룹과 손을 잡게 된 MDM그룹은 미국 시장을 확대 공략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를 얻게 됐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정보의 폐쇄성, 현지 자금 조달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국내 개발사들의 미국 진출의 걸림돌”이라며 “트럼프그룹과 손을 잡게 될 경우 막강한 해결사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MDM이 트럼프그룹과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국내 개발 업계가 미국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MG그룹은 트럼프 가문의 사돈과 손을 잡고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한모 회장이 이끄는 HMG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 가문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주 고급 주상복합 ‘더 해밀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바 있다. 쿠슈너 일가는 뉴욕의 상업 건물에서 시작해 임대용 아파트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고 미국 14개 주에서 모두 2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사들 역시 미국에서 개발 자회사를 세우고 개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정진행 부회장 등이 시카고를 방문해 사모펀드인 에쿼티 인터내셔널, 개발사인 스털링 베이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단순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개발사로서 토지 매입, 인허가, 착공 및 준공, 임대 및 매각 등 전 단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은 트럼프그룹과 인연도 깊다. 대우건설은 트럼프그룹이 1997년 미국 뉴욕에서 공급한 ‘트럼프 월드타워’의 주요 공정과 설계를 맡아 트럼프그룹과 인연을 시작했다. 이런 인연으로 대우건설은 트럼프 그룹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한국에 도입해 ‘트럼프 월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에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여의도·용산, 부산·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에 ‘트럼프 월드’ 주상복합 단지를 공급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트럼프 그룹 등 미국 디벨로퍼로의 국내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930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3대 디벨로퍼중 하나인 하인스도 국내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운용 자산이 60조 원에 달하는 영국 푸르덴셜생명 계열 부동산 투자사 M&G리얼에스테이트도 아시아 주거펀드를 조성한 뒤 서울 지역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월세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국가 중 하나”라며 “글로벌 개발회사 역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의 주거 임대 사업은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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