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삼성전자 연구원을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과정에 연루된 공범이 추가로 있다고 파악하고, 수사를 한층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 핵심 기술 국외 유출) 등 혐의로 전 씨를 구속 기소했다. 전 씨는 삼성전자가 약 1조 6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D램 공정 국가 핵심 기술을 부정하게 취득하고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로부터 계약 인센티브 3억 원과 스톡옵션 3억 원 등 6년 동안 29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취득하고,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김 씨를 구속 기소한 사안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 씨의 혐의도 발견했다. 김 씨는 검찰 추적 끝에 구속 기소돼 올 2월 19일 1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2억 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 협력 업체 전 직원 방 모 씨와 김 모 씨에게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김 씨와 함께 CXMT가 세운 위장 회사인 A사로 이직했다. 김 씨가 먼저 옮기고 전 씨가 따라 이직하는 방식이었다. A사는 CXMT가 중국 현지에 세운 위장 업체였다. 김씨 등이 삼성전자를 떠나 곧바로 CXMT로 이직할 경우 ‘기술을 유출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 장치였다. 이들은 A사로 회사를 옮긴 듯 꾸미고 인재를 영입해 국가 핵심 기술인 18㎚(나노·10억분의 1m)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을 무단 유출했다. 특히 이들은 D램 반도체 공정 개발 기술 가운데 각기 다른 분야의 인력을 영입하고 출국 금지 또는 체포됐을 경우 단체 대화방에 하트 4개(♡♡♡♡)를 남기기로 사전에 공모하는 등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와 전 씨 등이 D램 반도체 분야에서 각기 다른 파트의 인력을 영입한 것은 그만큼 세부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였다”며 “적발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약속하는 등 후속 계획까지 세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 삼성전자 내부 자료를 유출한 공범을 국제형사경찰기구(ICAO·인터폴)을 통해 추적 중이다. 또 삼성전자 D램 공정개발 기술 국외 유출 과정에 또 다른 전직 직원이 연루되어 있다고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와 전씨 등이 최소 세후 5억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삼성전자는 물론 관계회사 기술 인력 20여명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추가 피의자 검거 등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수사 범위는 물론 기술 유출 규모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A사 설립 당시만 해도 CXMT는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신생 기업으로 통했다”며 “이 사건 유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추정 매출 감소액만 수조 원에 달하는 등 향후 수십조 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피해 기업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기술 유출 범죄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관련 기술 개발에만 1조 60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설립 당시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분야 신생 기업에 불과했던 CXMT는 이들 유출 자료를 이용해 D램 공정 개발 자료를 만들고 일약 중국 최고의 D램 회사로 도약했다. CXMT·A사-김 씨와 전 씨, 그리고 또 다른 공범들로 구성된 ‘검은 커넥션’으로 가치를 추산하기도 어려운 국부가 중국으로 유출된 것이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례는 최근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앞서 지난달 28일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첨단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유출하려던 SK하이닉스 중국 법인 직원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중국 현지 법인에서 근무했던 이 직원은 2022년 회사의 반도체 제조 관련 첨단기술 자료 등 100여 개의 영업비밀을 중국 경쟁사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