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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버스운행이 ‘노조 투쟁’인 비정상 [양종곤의 노동 뒤집기]

‘승객 앉아야 출발’…서울버스노조, 준법

시민들 불편 목소리 속 공감한다는 반응도

철도·배달라이더 안전우선도 사측엔 부담

법·제도, 지킬 때 시스템 타격인 ‘아이러니’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역 앞 버스환승센터의 한 버스에 준법투쟁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7738번 기사님 감사합니다.”

올 3월 15일 서울시청 홈페이지 내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15일 오전 유아차와 버스에 탑승했던 부부 중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차가 없다.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7738번 기사는 이 부부가 버스에 타자, 버스 출발 전 부부에게 다가와 유아차가 잘 고정됐는지 확인하고 출발했다. 기사는 하차 정류장을 먼저 물어봤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남편과 함께 유아차를 들었다. 글쓴이는 “저희 부부는 많은 배려를 해줘 정말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안전 운행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라고 썼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하루 준법 투쟁을 했다. 준법 투쟁은 파업처럼 일손을 놓는 게 아니다. 버스 운행 규정을 준수해 안전 운행을 하는 노조들의 집단행동이다.

이날 여러 매체들이 준법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정류장과 지하철이 평소보다 붐비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져 불만스럽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출근에 늘 쫓기는 직장인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반면 어떤 시민들은 버스기사들의 준법 투쟁을 이해한다고 매체들과 인터뷰했다. 노조의 권리에 대한 공감뿐만 아니라 준법 투쟁 방식을 보면 이런 반응이 이해된다. ‘감사글을 쓴 아내’처럼 고마운 버스기사를 만났을 수 있다. 이날 버스기사는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승객이 자리에 모두 앉아야 출발했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할 때 휘청이거나 심지어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했던 승객들이 원하던 ‘버스’였다. 또 버스들은 앞차를 무리하게 추월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전을 하다가 ‘버스의 위협’을 느꼈던 시민들이라면 이런 운행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철도와 배달라이더도 준법 투쟁을 종종 한다. 2019년 철도노조는 관행처럼 더 해야 하는 초과노동을 거부했다. 철도는 늘 운행·관리 인력 부족한 탓에 철도 노동자들은 초과노동에 시달린다. 2023년 배달라이더 노조도 교통 신호를 지키고,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고 인도를 달리지 않으면서 음식을 배달했다.



2023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준법 투쟁을 하는 이유는 사용자에 처우 개선이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다. 버스와 철도 배차 간격이 길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사용자인 버스업체와 철도공사는 물론 정부까지 이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조의 제안을 검토하는 식이다. 늦은 배달로 인한 고객 불만이 걱정인 배달업체도 한번 더 배달라이더의 목소리를 듣는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볼 점은 ‘당연한 안전 운행’이 사측에 부담이 되고, 교통과 배송이 흔들리고,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버스·철도·배달라이더 노조들은 이대로는 자신과 시민의 안전을 더 확보하기 어려워 ‘법을 지키는 투쟁’을 한다고 했다. 배달라이더만하더라도 고객, 배달업체에서 이어지는 주문 독촉 탓에 불법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이 불법 운행이 시민에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공공영역의 노조 활동과 노사 갈등은 늘 시민 불편만 더 부각된다. 이래선 이 상황은 해결 없이 도돌이표다. 불법 투쟁이 아니라 준법 투쟁이 타격을 입히는 사회 시스템의 비정상적을 개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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