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동물들에 필요한 기구를 직접 만들거나 아픈 동물을 치료해주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서울 서강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민영(10세)군은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느 부모라면 이 군에게 수의사가 되는 길을 밤 늦게까지 국영수 학원 다니기로 제시했을 것이다. 7살 고시에 이어 4살 고시란 말이 돌 정도로 사회와 대부분 부모는 소위 좋은 대학이 자녀의 성공이고 방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군은 작년 3D프린터운용기능사 자격을 얻었다. 9살 나이로 국가기술자격 중 하나인 이 자격증을 획득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3D프린터에 대한 원리와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설계도 배워야 한다. 물론 실기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여러 번 포기하려고 했던 이 군은 결국 작년 국가기술자격 최연소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군이 이 자격증을 딴 이유가 어린이답다. 이 군은 자신이 키우던 메추라기에 먹이통과 장난감을 선물하고 싶었다. 3D프린터를 활용하면 단순한 시제품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이 군은 자신감이 늘었다. 이 군은 “우리 어린이도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며 “기술과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군의 당찬 꿈에 어른들도 놀랐다. 이 군과 같은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와 가족도 달랐다고 한다. 이 군의 사례를 비롯해 어린이 국가기술자격 현황을 일반에 공개한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자격 시험장을 가면 응시하는 아이들의 가족이 모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며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에서도 ‘형, 누나가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서 좋다’고 한다, 국가기술자격을 딴 어린이는 가족의 모두의 응원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 군과 같은 어린이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적다. 대부분 부모라면 자녀에게 어려서 기술을 배우기 보다 좋은 대학이 우선이라고할 게 뻔하다. 실제로 2022~2024년 국가기술자격 현황을 보면 만 12세 미만 어린이 505명만 응시했다. 이 중 3분의 1 수준인 175명만 합격했다. 대부분 합격 종목은 평소 어린이들도 접하기 쉬운 컴퓨터와 관련된 자격증이다. 소수지만, 어른들 못지 않은 기술자도 있다. 지게차운전기능사가 3명, 종자기능사가 2명, 자동차정비기능사가 1명이다. 물론 어린이들은 지게차운전기능사가 돼도 운전면허를 얻어야 지게차를 몰 수 있다.
고용부는 우리 사회가 기술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볼 여건을 만든다면 더 많은 어린이들의 꿈을 응원해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고용부는 산하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과 전국 35개 캠퍼스에 무료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꿈드림공작소’로 불린다. 작년에만 4만1000여명이 이 곳을 다녀갔다. 임영미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고용부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기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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