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자를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콘클라베)가 7일(현지 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채 합의에 합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콘클라베에는 역대 최다인 70개국 출신 133명의 추기경이 참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던 직전 콘클라베인 2013년에 참가했던 추기경 수(115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로, 가톨릭 교회의 지리적 다양성이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각지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밀 투표를 통해 교황을 뽑는 것은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투표는 하루 최대 4번까지 진행될 수 있으며, 콘클라베 첫날인 이날은 1번으로 제한된다. 투표는 참석자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출신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파롤린 추기경은 현재 교황에 이은 교황청 2인자인 국무원장이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10년 넘게 보좌한 인물이다. 필리핀 출신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유력 후보군에 속한다. 로이터는 “주목할 점은 아시아권 추기경들의 연대 가능성”이라며 "아시아 출신 23명 추기경들이 한두 명의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콘클라베 첫날 교황이 선출된 사례는 수세기 간 없었다. 최근 콘클라베의 평균 기간은 사흘이다. 외신들은 다만 추기경들이 바티칸이 분열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신속한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콘클라베의 최대 쟁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 계승 여부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인 입장을 보였고, 빈곤층 중심 정책, 기후위기 대응 강조 등 진보 성향의 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파들은 교황청이 보다 엄격한 교리 중심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폴리티코는 최근 “보수주의자들이 동성 결혼과 이혼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과 이민자 옹호 등에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추기경들의 또 다른 고려사항은 차기 교황의 출신 지역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아르헨신자가 증가하는 남반구 출신을 다시 택할지, 아니면 교황직 본거지인 유럽으로 회귀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혹은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선출될지도 관심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