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건축현장에서 사용승인을 둘러싼 대규모 비리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시행사와 시공사는 물론 감리업체와 공무원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 29명(구속 2명·불구속 27명)을 수사 중이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에서 공사가 계속 이어진 점을 수상히 여겨 인허가 절차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허위 서류 작성과 뇌물 제공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건물은 미완공 상태로 지난해 12월 19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반얀트리 시행사는 지난해 11월 27일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을 받아야 PF 대출 약정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수천억 원대의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시행사와 시공사는 공정률이 미흡한 상태인데도 감리업체를 회유·압박해 공사가 완료된 것처럼 꾸민 허위 서류를 작성했다.
심지어 이들은 감리업체 소방 담당자에게 수천만 원의 현금을 건넨 것은 물론 기장군청 등 관계 공무원들에게 고급 호텔 식사권을 제공하는 등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건축허가권자인 기장군청의 현장 조사 권한을 위임받은 업무대행 건축사도 실제 현장 확인 없이 허위 조사서를 작성해 승인 절차에 가담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결과 반얀트리 해운대는 지난해 12월 19일 미완공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승인을 받게 됐다. 하지만 경찰은 감리단과 소방감리 책임자들이 “공정률 미달 사실을 관계 공무원들에게 사전에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승인 과정에서의 고의적 묵인 또는 방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적인 건축물 사용승인은 국민의 생명과 공공의 안전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공무원들의 사용승인 업무처리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형사입건했고 혐의 유무를 다툴 여지가 있지만 재판을 통해 사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월 14일 오전 10시 51분께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오랑대공원 인근의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작업자 6명이 숨지고 4명이 연기 흡입 등의 경상을 입었다. 화재 원인은 당시 배관 절단과 용접 과정에서의 안전관리 소홀이 주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가 시작된 이후 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시공사인 삼정기업 박정오 회장 등 6명이 지난달 4일 구속된 데 이어 이달 1일 시행사 루펜티스 본부장과 소방감리 담당업체 직원 등 2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나머지 36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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