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으로 법정 정년 연장이 아닌 ‘계속고용 의무제’를 제안한다. 이 제도는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고용 비용부담을 낮춘 게 장점이다. 하지만 계속고용 근로자의 임금을 어느 수준으로 낮추는 게 적정한지, 연령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현장에서 갈등이 일 수 있다.
경사노위 내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 고용위원회’(계속고용위)는 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건물에서 브리핑을 열고 계속고용 의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계속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정부의 제도화와 국회 입법이 이뤄져야 시행된다.
고령자 고용 방식은 두 가지로 제시됐다. 우선 사업장 별로 노사가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 사업장은 계속고용 의무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정년을 늘리지 못한 사업장은 계속고용 의무제가 적용된다. 계속고용 의무제는 세 가지 원칙으로 설계됐다. 정년인 60세 이후 근로를 희망하는 근로자를 모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또 의무제 적용 근로자는 생산성에 상응하는 ‘적정 임금’을 보장 받고 근로시간과 직무 선택권도 부여된다.
위원회가 제시한 ‘적정 임금’이 눈에 띈다. 적정 임금이 자칫 임금피크제와 같은 나이에 따른 임금 차별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엿보여서다. 위원회는 계속고용 의무제와 임금피크제가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비슷한 면도 많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지난 근로자가 재직자 신분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깎아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다. 반면 계속고용 의무제는 고령자가 퇴직 후 재고용되는 방식으로서 재계약에 따른 자연적인 임금감소분(예를 들어 호봉 반납)이 발생한다. 위원회는 이 임금 감소분을 ‘적정 임금’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정 임금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적정 임금’의 수준을 정하지 않고 적정 임금은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생산성과 이에 따른 적정 임금을 자신에 유리하게, 임의대로 해석할 가능성이 짚힌다. 예를 들어 연공에 따라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재고용 때 임금도 그만큼 급격하게 깎일 수 있다.
임금피크제처럼 고령자 임금이 연령에 따라 삭감되는 게 맞느냐는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 2022년 대법원은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고령자고용법은 연령차별에 따른 임금을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경영계에서는 계속고용 의무제 대상 근로자도 임금피크제 판결 논리를 활용해 사측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위원회 공익위원인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적게 준다는 측면에서 불이익과 분쟁 소지가 있다”며 “의무제는 임금을 낮추고 높이는 식의 접근이 아니다, 일하는 성과만큼, 생산성에 비례해 적정 임금과 일할 기회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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