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걷어내고, 데이터 분석 기업의 실체를 보라"
팔란티어(Palantir). 이름에서 풍기는 신비로움만큼이나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기업입니다. 미국 정보기관과의 비밀 프로젝트, '온톨로지' 같은 난해한 기술 용어들은 국내 투자 커뮤니티와 미디어에서 팔란티어를 '경쟁자 없는 초월적 AI 기업'으로 묘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팔란티어에 주목하라』의 저자 안유석은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현실 속 팔란티어의 민낯을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 출간과 함께 그를 만나 팔란티어의 실체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최근 팔란티어의 2025년 1분기 실적이 좋게 나왔음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A. 팔란티어의 주가 움직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1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데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지난 몇 년간 팔란티어의 주가가 상당 폭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1분기 EPS(주당순이익)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책에서도 꾸준히 강조했듯이, 팔란티어의 가장 큰 강점은 견고한 정부 부문 실적을 기반으로 민간 부문에서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상업 부문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며, 아직 해외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하기도 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팔란티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팔란티어에 주목하라』를 집필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A. 네, 국내에서 팔란티어라는 기업이 필요 이상으로 신비화되고 있다는 강한 문제의식에서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부 유튜브 채널이나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팔란티어를 마치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기업'처럼 과장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팔란티어가 실제로 가진 강점과 약점,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처한 경쟁 구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오히려 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팔란티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마법 같은 기업이 아니라, 매우 치열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부딪치며 꾸준히 성장해 온 지극히 현실적인 기업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책을 통해 팔란티어를 둘러싼 '신비'의 두터운 베일을 걷어내고, 독자들이 그 '실체'를 명확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팔란티어를 바라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Q. 책에서는 팔란티어를 단순한 AI 기업으로 규정하는 것을 넘어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팔란티어의 핵심 비즈니스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팔란티어를 단순히 'AI 회사'라는 틀에 가두어 이해하려고 하면 그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팔란티어의 핵심적인 비즈니스는 고객이 보유한 방대하고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분석하여, 실제 업무 현장에서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 중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즉, 팔란티어는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고객이 직접 활용 가능한 유용한 정보의 형태로 변환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더 나은 판단과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의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실제적으로 활용하여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팔란티어의 진정한 강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Q.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팔란티어만이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팔란티어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바로 '현장 중심적(Forward Deployed)'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개발된 소프트웨어 제품을 클라우드를 통해 판매하고 구독료를 받는 일반적인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팔란티어는 자사의 엔지니어들을 고객사의 실제 업무 현장에 직접 파견하여, 고객이 직면한 고유한 데이터 관련 문제점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그 해결을 위한 최적의 맞춤형 솔루션을 고객과 함께 긴밀하게 협력하여 개발하고 적용합니다. 이러한 밀착 지원 방식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고객의 실제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업무 흐름과 매우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단순한 제품 판매 이상의 컨설팅적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이처럼 '제품'의 우수성과 '프로젝트' 기반의 문제 해결 능력이 결합되고, 때로는 '플랫폼' 제공과 '컨설팅' 서비스가 융합되는 독특한 사업 수행 방식이야말로 경쟁사들과 팔란티어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더불어, 보안이 극도로 중요한 정부나 군사 부문 고객을 위한 폐쇄적인 온프레미스(사내 구축형) 환경과 일반 민간 기업 고객을 위한 개방적인 클라우드(SaaS) 환경 모두를 매끄럽게 지원할 수 있는 '아폴로(Apollo)' 플랫폼의 기술적 유연성 역시 팔란티어의 중요한 경쟁 우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팔란티어의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적 특징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을 보이나요?
A. 팔란티어는 사업 전략 면에서,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소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매우 규모가 큰 핵심 고객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미 연방정부의 주요 기관들(B2G, Business-to-Government)과의 계약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졌으며, 이후 성공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현재는 에어버스, 도요타, 모건스탠리와 같은 세계적인 민간 기업들(B2B, Business-to-Business)까지 고객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계약 기간 동안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확보하고 높은 고객 유지율을 달성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동시에 소수의 핵심 고객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잠재적인 재무적 리스크 요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팔란티어의 재무 상태나 성장성을 분석할 때는 단순히 신규 고객 수의 증감만을 보기보다는, 개별 계약의 규모와 질, 그리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Q. 책에서는 팔란티어가 처한 경쟁 환경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셨습니다. 일각의 '경쟁자가 없다'는 통념과는 달리, 실제 팔란티어가 마주한 경쟁 구도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A. 팔란티어를 두고 '경쟁자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속해 있는 데이터 분석 및 관련 플랫폼 시장은 이미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가진 여러 기업들이 매우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역동적인 영역입니다. 책에서 특히 주목한 대표적인 경쟁 기업으로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스 분야에서 급격히 성장한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빅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머신러닝 모델 개발을 위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를 들 수 있습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누구나 비교적 쉽게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크게 낮추는 전략을 통해 광범위한 기업 고객들을 매우 빠르게 확보해왔습니다. 고객이 플랫폼 위에서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강점을 두고 있죠. 이와 대조적으로 팔란티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사의 현장에 깊숙이 개입하여 특정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보다 밀착되고 심층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브릭스는 특히 데이터 과학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복잡한 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 모델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유연한 개발 도구와 환경을 제공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즉, 기술 전문가와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팔란티어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반드시 기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업에 있는 일반 사용자들도 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쉽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용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플랫폼을 설계하고 발전시켜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GCP)와 같은 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기업들과 팔란티어 사이에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매우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클라우드 기업들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필수적인 IT 인프라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나 인공지능 플랫폼들이 팔란티어의 솔루션과 기능적으로 겹치거나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경쟁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처럼 팔란티어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인 경쟁 및 협력 생태계 속에서 팔란티어의 현재 위치와 미래 전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팔란티어는 종종 윤리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이러한 민감한 부분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
A. 팔란티어가 보유한 강력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능력은 그 기술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 사회 감시 가능성, 그리고 인권 침해와 같은 심각한 윤리적 논란들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미국 이민국(ICE)이 이민자 추적 시스템에 팔란티어 기술을 활용하면서 불거졌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나, 범죄 예측 프로그램(predictive policing)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데이터의 편향성 및 오용 가능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제 책에서는 이러한 민감하고 불편할 수 있는 논란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가능한 한 솔직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비판에 대해 팔란티어라는 기업이 과거에 어떻게 대응해왔고 현재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봄과 동시에, 앞으로 기술 발전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결국 첨단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르는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것은 팔란티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주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 흐름 속에서 팔란티어가 선보인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십니까?
A. 팔란티어가 발표한 AIP는 최근 IT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의 강력한 잠재력을 실제 기업들의 복잡한 업무 환경과 민감한 데이터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려는 중요한 전략적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팔란티어가 오랫동안 강점을 보여온 이종 데이터 통합 및 분석 플랫폼의 견고한 기반 위에, 최신의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생성형 AI 기술을 통합하여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단순히 기술을 시연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업무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AIP가 앞으로 팔란티어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새로운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완성도를 갖출지,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얼마나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지, 그리고 유사한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다른 경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등은 팔란티어가 앞으로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 도전 과제들이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팔란티어의 미래 기술 방향과 그에 따른 기회 및 과제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전망하고 분석하였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 『팔란티어에 주목하라』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점을 얻어가기를 바라시는지요?
A. 제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팔란티어라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막연한 신비주의나 과장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 단단히 발을 딛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의 팔란티어의 진정한 모습을 명확하게 이해하시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팔란티어의 창업자들이 가졌던 초기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만들어낸 핵심 제품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고객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팔란티어가 채택하고 있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며 어떤 재무적 성과와 과제를 안고 있는지, 나아가 팔란티어가 속한 산업 내에서 어떤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어떤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지, 마지막으로 미래에는 어떤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지까지. 이 모든 요소들을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총체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파악할 때, 비로소 팔란티어라는 기업의 진정한 가치와 내재된 한계를 균형 있게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팔란티어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는 이 책이 막연한 기대감이나 소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 결정을 내리시는 데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B2B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데이터 분석 분야에 종사하시는 전문가들께는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팔란티어의 전략과 미래 방향을 읽어내는 데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신화가 아닌 현실 속 팔란티어를 마주하시는 의미 있는 여정에 신뢰할 만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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