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에도 백화점 업계가 점포 리뉴얼 및 신규 개점, 해외 사업 등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유통 업계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1분기 영업이익 148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한 규모로 시장 전망치(1325억 원)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 4568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비결로는 백화점과 해외 사업이 꼽힌다. 백화점은 전체 영업이익 중 1300억 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타임빌라스 수원을 오픈한 데 이어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주요 점포를 리뉴얼한 후 집객 효과가 컸다. 해외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장세가 이어졌다. 특히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오픈 이후 6분기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하는 등 베트남 백화점 전체 매출이 33.8% 성장했다.
현대백화점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1125억 원)이 전년 동기보다 63.3% 늘었다. 면세점에서 적자 폭을 32억 원 줄이고 지누스가 흑자 전환한 영향이 컸다.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은 경기 침체에도 명품 워치와 주얼리 등 하이엔드 럭셔리 매출이 늘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이마트는 시장에서 깜짝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1분기 영업이익이 12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비용을 절감한 데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마곡점, 식료품 특화 매장인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신규 오픈하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3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0%가량 감소한 226억 원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으로 각종 비용이 늘어난 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익을 올리지 못한 탓이다. 항공기 사고와 대형 산불, 지속된 추위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경제성장도 둔화되면서 소비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3.8로 5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에 비관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기준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모두 구매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구매 단가 역시 VIP 중심의 명품 수요가 뒷받침해주는 백화점만 4.6%로 증가했을 뿐 편의점과 마트는 1%대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쇼핑 횟수, 규모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유통 업계는 올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실적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GS리테일은 글로벌 히트 상품을 선제 도입하는 등 먹거리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은 2분기부터 간편식·디저트·음료·주류 등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핵심 점포들을 대규모 리뉴얼을 하고 그룹사 복합 단지 개발이 가능한 해외 부지를 검토해 호실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 채널별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상품을 적극 출시해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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