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4년간 서울 시내 버스 적자 보전을 위해 2조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버스 업체 등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속에 버스 노조 측은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이달 말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버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버스업체에 2021년 4561억원의 재정지원금을 투입한데 이어 2022년(8114억원), 2023년(8915억원), 2024년(3200억원)에도 천문학적 비용을 지원했다. 최근 4년간 투입된 재정지원금만 누적 2조479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 운송수지를 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6784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21년(-7489억원)과 2022년(-8571억원) 등 해가 갈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파른 손실 증가의 첫번쨰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운송손실액은 3538억원으로 코로나19 당시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코로나 19 영향이 거의 없는 2023년에도 손실액이 5838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영업손실 구조가 고착화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15년부터 5년간 서울시의 연평균 재정지원액이 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2004년 버스 준공영제 시행 후 버스 운영사의 손실을 서울시가 떠안는 구조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적자 추이는 향후 보다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민들이 교통량에 따라 지연착이 잦은 버스 보다는 정시 운행이 담보되는 지하철 이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시내 버스 수송분담률은 2017년 25.1%에서 2022년 20.7%로 6년새 4.4%포인트가 줄어든 반면 지하철 수송분담률은 같은기간 39.9%에서 44.7%로 4.8%포인트 늘었다. 감사원은 4년전 서울 버스 노선의 92.7%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중·장기 감차 계획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이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버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안이 수용될 경우 적자폭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버스 회사들이 보유한 버스는 지난해 기준 7382대로 운전자만 1만7804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2교대로 하루 9시간 가량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을 비롯해 격월로 받고 있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년을 기존 63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 주장한다. 반면 버스 업체들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노사가 통상 임금의 범위를 다시 정하라는 것이며, 인건비 부담을 감안해 통상임금 등 임금 체계를 우선적으로 개편한 뒤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6200여만원이며 초봉은 5400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버스 노조 측은 전국 규모의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며 버스 회사 및 각 지자체 측을 압박 중이다. 서종수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위원장은 지난 8일 전국 대표자회의 직후 “연맹 산하 각 지역 노조는 이달 12일 동시 조정 신청을 하고 15일간 조정 기간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하기로 했다”며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5월 28일 첫차부터 전국 동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세금 먹는 하마’가 돼 버린 준공영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버스 준공영제는 서울 시내버스 운송수입금을 버스 업계가 전액 관리한다. 이후 표준운송원가 및 65개 버스회사별 경영성과를 반영해 회사별로 운송비용을 지급 받으며, 이때 수입금이 비용 보다 낮으면 서울시가 이를 보전하는 구조다. 서울버스의 1인당 수송원가는 1440원으로 환승 할인 등에 따른 평균 운임(938원)의 65% 수준에 그쳐, 버스 운행이 늘어날수록 서울시 재정부담도 늘어나는 구조다.
버스 회사 손실을 서울시가 전액 보전해주다 보니, 대규모 배당을 노린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울 버스회사를 인수하는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 실제 선진 운수 등 서울 시내 버스 업체 6곳 이상의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서, 연간 벌어들인 당기순익 보다 많은 돈을 대주주에게 배당 형태로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측은 내년께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보전해주던 ‘사후정산’ 방식을 사전에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전하는 ‘사전 확정제’로 바꾸며 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손실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버스의 수송분담률 감소와 버스요금 인상 제한 기조, 노조 측의 가파른 임금 인상 요구 등을 감안하면 적자폭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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