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의 인공지능(AI) 비밀병기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테스트(CBT)가 이달 8일부터 시작됐다. 카나나를 ‘AI 메이트’로 정의한 기획 의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카오는 카나나가 단짝 친구, 업무 동료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용자의 일상 속에 깊게 녹아드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CBT가 시작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최근 3일동안 카나나를 사용해본 결과 AI가 실제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점, 일정을 리마인드 해주는 것 등은 장점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연동이 되지 않는 데다 생각보다 답변이 느린 점, 다른 AI 챗봇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부분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평가됐다.
“네가 잘하는 건 뭐야?” 물었더니 “당신만을 위한 친구”
카나나는 크게 두 개의 AI로 구성돼 있다. 개인 메이트 ‘나나’와 단체 메이트 ‘카나’다. 카카오는 “나나는 개인과 그룹방 모두에 존재하고, 이용자의 정보를 기억해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한다”며 “동시에 카나는 이용자가 속한 모든 그룹방에서 조별 과제나 동호회·가족·지인 간의 대화 내용을 요약하고 모임 일정 및 장소 정하는 것을 돕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나나와 대화를 시작하자 나나는 “당신의 단짝으로 매칭된 메이트”라며 “친구처럼 일상 대화를 나누거나, 궁금한 것을 함께 찾아보거나, 해야할 일을 미리 알려드리는 등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다른 AI 에이전트(비서)보다 나나가 잘하는 것은 뭐야?”라고 묻자 나나는 △당신만을 위한 맞춤형 친구 △기억과 연결 △한국적 감성과 자부심 △다양한 역할 수행의 답변을 내놓았다. 요컨대 챗GPT와 같은 외산 AI 챗봇과 달리 한국 이용자들의 취향과 맥락을 이해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가 설명한 것처럼 나나에게 개인적인 요청을 명령할 수 있었다. 기자가 나나에게 “내일 서울 종로에서 4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룸이 있는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명령하자 나나는 해당 조건을 포함한 식당, 그 식당의 평점, 영업 시간, 특징 등을 정리해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제공해주는 링크가 카카오맵과 바로 연동돼 편리했다. 다만 예약까지는 불가능했다.
나나의 또 다른 특징은 대화 스타일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같은’·‘전문가같은’·‘분위기 메이커’ 등의 말투·성격을 설정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할머니 같은’·'사춘기 같은' 등의 다른 외산 AI 챗봇에는 없는 설정도 들어있었다. 나나의 말투를 ‘할머니 같은’으로 설정하며 “내일 날씨 어때?”라고 묻자 “아이구~내일은 오늘보다는 좀 따뜻할 거야. 외출할 땐 따뜻한 차 한 잔도 잊지 마라~”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머니 같은’이라는 설정이 있는 것은 독특했으나, ‘아이구’ 정도를 제외하면 기본 세팅의 답변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다른 친구처럼…단체방에서 끼어드는 ‘카나’
카카오가 카나나를 선보이며 강조한 점은 ‘단체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의 개발자 콘퍼런스인 ‘이프카카오’에서 이상호 당시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아마도 그룹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AI는 카나나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카나나는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AI 응답을 줄 수 있는 것이 기존 AI 서비스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단체방에서 사용해보자 카나가 시도때도 없이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챗봇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친구가 단체방에 참여한 모습이었다. 친구와 대화 중에 ‘야외에서 즐길만한 식당’을 찾아주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둘이 티키타카 잘 돼 보인다”고 평가해주기도 했다.
카카오 설명처럼 단체방에서도 귓속말 기능을 통해 개인 메이트 나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뒤늦게 단체방에 참여한 상황에서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거 내용을 요약·전달받거나, 대화 중 오가는 내용에 대한 추가 정보 획득도 가능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10점 만점에 7점
다만 카나나를 실제 사용해본 결과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다른 AI 챗봇과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다. 식당 추천, 단순 대화 등은 챗GPT나 뤼튼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AI의 말투·성격을 바꾸는 것 또한 다른 AI 챗봇에서도 가능했던 내용이었기에 크게 색다른 점은 찾기 어려웠다.
생각보다 큰 허들은 카카오톡과 아예 별도의 앱으로 출시됐다는 점이었다. 카나나 로그인은 카카오톡 계정으로 가능했지만, 기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끌어올 수는 없었다. 아울러 채팅 앱 특성 상, 그리고 카카오가 강조했던 단체방에서의 AI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또 다른 이용자’가 필요한데 친구·업무 동료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어 그들이 카나나로 넘어오도록 하는 것 역시 어려웠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에서도 ‘카카오톡이 있는데 왜 카나나를 굳이 깔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이용자는 “단체카톡방을 어떻게 카나나로 다 옮기냐”며 “수고를 감수할 동인이 아직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카카오톡과 연계가 안 되고 독립적인 AI 채팅 앱”이라며 “친구들한테 링크 보내줬는데 카카오톡과 따로 한다니 그냥 지웠다”고 리뷰를 남겼다.
챗GPT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카나나가 내놓는 답변도 생각보다 속도가 조금 느리다고 느껴졌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리뷰에서도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 괜찮을 것 같다”는 평가가 있다. 이 외에도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는 오류 때문인지 말투가 바뀌기도 했다. 기자가 나나에게 “너는 어떤 AI 모델로 작동해?”라고 묻자 기존 이모티콘과 함께 제공되던 답변과는 달리 “제가 답변하기 어려운 주제예요”라고 답했다.
아직 베타 버전…하반기 반등 기대
카나나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이후에 15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채팅 앱이다. 이 때문에 기대가 컸던 탓인지 체험해본 카나나는 예상보다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카나나는 아직 베타 버전이다. 카카오는 CBT 기간동안 카나나에 대한 의견을 수립하고 잘 갈고 닦아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주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광고 매출이 둔화되고 콘텐츠 부문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카카오로서는 카나나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반등 시점을 하반기로 보고 있다. 김지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카나나의 카나, 나나 캐릭터는 기존 챗봇들이 유명인들이나 캐릭터 특화 챗봇인 것과 차별되게 오리지널 캐릭터”라며 “카나나즈는 카카오의 AI 서비스에 친숙함과 애착을 형성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광고 상품 다각화 등으로 성장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