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힐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윤 전 대통령은 침묵한 채 준비된 포토라인을 빠르게 지나쳤다. 이전 기일과 마찬가지로 군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사이에 ‘국회 내 사람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는 증언이 또다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2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세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2차 공판 이후 22일 만에 열린 재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5분경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입구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했다. 앞선 두 차례 공판에서는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했지만 법원이 지난 8일 청사 방호계획을 발표하며 이번 기일부터는 지상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 없이 조용히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진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 ‘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 등을 질문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오상배 전 수도방위사령부 부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오 전 부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을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오 부관는 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과 함께 차량을 타고 국회로 이동했다.
검찰은 오 전 부관에게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 사이의 네 차례 통화 내역에 대해 질문했다. 오 전 부관은 두 번째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람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 못 들어가고 있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이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 통화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인원이 많아 접근이 어렵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러한 발언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묻자 오 전 부관은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고 밝혔다.
오 전 부관은 두 번째 군 검찰 조사에서 통화 내용을 진술한 이유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발언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법률가 출신이다 보니, 그전까지는 법리적으로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고 책임을 질 거라고 믿었다”며 “이후 ‘체포’라는 말조차 한 적 없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보고 많이 당황했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재판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이 기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과 병합됐다고 밝혔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달 1일 윤 전 대통령을 해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공소장을 8일에야 수령했다며 이의를 제기해, 해당 사건에 대한 심리는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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