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2017년 11월과 2018년 2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에 기인했다는 1심 판단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1심 판결 이후 포항시 인구의 96%(약 49만 9000명)가 추가 소송에 참여해 최대 1조 5000억 원 규모의 국가배상이 예상됐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대구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13일 포항 지진 피해자 111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기록 검토 결과 물 주입에 의해 촉발 지진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과실 부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지진 피해에 관한 과실 부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열발전 과제 수행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의 과실이 지진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은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넥스지오 등 연구기관이 수행한 ‘㎿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과제 수행 중에 발생했다. 넥스지오는 포항시 흥해읍에서 지하 깊은 곳에 고압의 물을 주입해 지열로 데워진 물이나 증기를 끌어올리는 ‘수리자극실험’을 실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17년 11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듬해 2월에는 규모 4.6의 여진이 이어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3년 11월 피고가 원고들에게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을 수행한 넥스지오 등 관련 기관의 과실로 촉발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포항시는 “재판부 판단은 시민들의 상식과 법 감정에 크게 어긋난 결정”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도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크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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