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앞세워 싱가포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2008년 인도네시아, 베트남 진출 이후 17년 만에 영토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15일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인 NTUC 페어프라이스가 운영하는 대형 할인점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점에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1호점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개점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 비풀 차울라 NTUC 페어프라이스그룹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싱가포르에 새로 연 매장은 직접 출점해 점포를 운영하던 기존 해외 진출 방식과 달리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운영한다. 현지 대형 유통사와 협업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롯데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총 45평 규모로 한국 식료품 전문매장으로 꾸몄다. ‘한국의 맛을 전하는 관문’이라는 슬로건 아래 롯데마트 가공식품 PB ‘오늘좋은’과 가정간편식 및 즉석조리식품(델리) PB ‘요리하다’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
개방형 주방과 식사 공간인 ‘요리하다 키친’에서는 떡볶이, 김밥, 닭강정 등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다양한 한국식 메뉴를 선보인다. 모두 자사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 내 전문 요리사들이 만든 조리법을 활용해 한국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롯데마트 인기 PB 가공식품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등 관계사의 대표 상품을 한데 모은 ‘롯데존’도 운영한다. 한국 라면을 즉석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 스테이션’과 CJ, 오뚜기 등 한국 대표 식품사의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도 만들었다.
롯데마트는 올해 싱가포르 전역 100여개 페어프라이스 매장에 PB 식품을 공급하는 등 해외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나란히 1호점을 낸 이래 현재 각각 48개, 1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동남아시아 점포 매출은 1조 4970억 원, 영업이익은 47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 19.6%씩 늘었다. 올해 1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4689억 원, 영업이익은 20.6% 뛴 214억 원을 내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해외 사업의 성과 덕에 국내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었다.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반면 해외 실적이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81억 원 중 대부분을 해외사업에서 벌어들였고 국내에서는 전년동기 대비 73.5% 줄어든 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강성현 대표는 “롯데마트 익스프레스는 롯데를 대표하는 유통사와 식품사가 시너지를 발휘해 한국의 맛과 문화를 전하는 공간으로 구현한 매장”이라면서 “롯데마트가 20여년간 축적한 해외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K푸드를 알리고 향후 동남아 PB 수출 거점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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