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점유율 경쟁이 수수료에서 수익률 싸움으로 옮겨가면서 테슬라·팔란티어·브로드컴 등 미국 대표 기술 기업 중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운용사들이 단기 수익성 제고에 열을 올리면서 ‘단기 투자용’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미국 대표 기술주 브로드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를 이르면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ETF는 브로드컴 편입 비중만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B자산운용은 미국 기술주 테슬라 또는 팔란티어 단일 종목 편입 비중을 25%로 고정한 ETF 2종을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올해 국내외 변동 장세가 길어지자 단기 수익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집중투자형 ETF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가 인기다. 해당 ETF는 테슬라 단일 주식과 함께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TSLL),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TSLT) 등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품을 편입해 테슬라 관련 상품 비중만 무려 48.4%에 달한다. 이 탓에 일반 테마형 ETF 대비 가격도 큰 폭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날 기준 해당 ETF의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9.43%와 -7.91%다.
집중투자형 ETF는 연금 계좌 내 단일 종목 편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도 활용된다. 현재 금융 당국 규정상 연금 계좌 내 주식 직접투자는 불가능한 반면 ETF를 통한 간접투자는 가능하다. 즉 직접 매수를 통해 테슬라 주식을 연금 계좌로 편입할 수는 없지만 테슬라 ETF를 통해서는 간접적으로 편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운용에 따르면 연금 계좌의 70%를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로 채울 경우 연금 계좌 내에서 테슬라 개별 종목에 약 30~40%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단기 수익성 제고는 물론 연금 계좌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에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는 올해 들어 약 2511억 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다만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 같은 상품은 더는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거래소가 현재 ETF 내 단일 종목 편입 비중을 최대 3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 출시 이후 업계에서는 해당 상품이 ETF 본래 목적인 분산투자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느냐는 의문이 지속해서 제기됐고 이에 거래소는 결국 해당 ETF 출시를 이후로 ETF 상장 요건을 강화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요즘 출시되는 ETF를 보면 점점 사회가 ‘투자 위험을 권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의 도파민을 충족시키기 위해 운용사들이 너무 책임 의식 없이 위험이 큰 상품을 쏟아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는 흐름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설령 국내에서 비슷한 상품 출시를 금지하더라도 투자자들은 단기 고수익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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