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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정부 사용법 : 관료제 로그아웃, AI 로그인[기고]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2050년 초봄의 화사한 오후다. 지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정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 접속한다. “국민입법네트워크 실시간 법안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개인 교통수단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주세요.” 지수는 개요를 살펴본 후 찬성을 클릭하고 개선 의견을 입력했다. AI 시스템은 그녀의 의견을 즉각 반영했고 네트워크 하단의 실시간 참여 현황에는 다양한 시민 의견이 표기되고 있었다.

“참, 중소기업 기술역량 강화 선정 결과는 나왔을까?” 지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스타트업이 신청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 결과가 궁금해졌다. “AI 기반 기업역량 분석 결과, 귀사는 제품 추천 알고리즘과 고객 행동 예측 모델 분야에서 맞춤형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공 데이터와 전문가 협업 프로그램도 연계 가능합니다.” 회사가 처한 어려움에 해답을 찾은 듯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화면 한쪽에는 또 다른 알림창이 떴다. “어머님의 치매 돌봄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정부통합복지시스템의 인지 기능 강화 프로그램과 맞춤형 케어 3단계를 오늘 오후 4시에 진행합니다.” 어머니가 홀로 지내시더라도 실시간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필요한 돌봄과 의료 지원까지 연계하니 마음이 놓였다. 지수가 화면을 닫는 순간 AI가 인사를 건넸다. “오늘 시민 행복지수는 97%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AI 정부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평온한 일상’이다.


이처럼 달라진 일상은 근본적으로 변화한 2050년 ‘AI 정부’에서 비롯된다.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기존의 관료 중심 정부 시스템은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었다. 결국 변화는 필연이 됐다. 이제 의사결정은 대의민주제를 넘어선다. 시민들은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정책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훨씬 더 촘촘하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행정은 공급자 중심의 부처 구조에서 벗어나 수요 맞춤형 초지능 서비스 체계로 재편되며 경제 운영도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 예측과 유연한 정책 조율이 핵심이 될 것이다.

우선 2050년의 정부 시스템은 ‘AI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법령 해석부터 행정 처리, 정책 설계, 예산 편성까지 정부 업무 전반은 고도화된 AI 시스템(GAIM: Government-Grade AI Model)에 의해 처리된다. 복잡한 문서와 절차에 매몰되지 않고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까지 조율한다. 정치적 판단은 윤리적 알고리즘과 결합해 균형을 맞추고 기술이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정치와 행정의 경계가 사라지며 국민은 실시간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 예산, 복지, 에너지 정책까지 디지털 플랫폼에서 직접 시뮬레이션하고 AI는 시민 의견을 분석해 즉시 정책에 반영한다. 행정 서비스는 ‘AI 비서’를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하며 부처별 시스템은 통합된 AI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시민은 자연스러운 대화만으로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즉시 받을 수 있고 칸막이 행정은 사라지며 효율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다.

AI는 단순 행정 효율의 수단을 넘어 국가 안보와 재난 대응, 사회복지까지 포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실시간 정보 기반으로 국방 전략을 수립하는 지능형 지휘체계, 범죄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치안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자동 판단을 통해 즉각 구조를 실시하는 긴급 대응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의료 분야도 정밀의료와 돌봄 자동화로 고령사회 대응력을 높인다. AI 통합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국가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된다.

국가의 경제 운영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AI 의사결정 시스템은 이제 국가 경제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방대한 데이터와 글로벌 흐름을 실시간 분석해 산업 전략, 재정 정책, 공급망 관리 등 고차원 경제 결정을 정밀하게 수행한다. 정부는 투자 타이밍 예측, 산업 간 우선순위 조정, 구조적 리스크 대응 등 과거에 어려웠던 과제들도 선제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경제 정책은 사후 대응을 넘어, 실시간 조율과 미래 준비를 위한 ‘선제 설계’로 전환될 것이다.

이처럼 고도화된 정책 역량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AI는 산업 수요와 기술 변화를 예측해 전략 분야의 투자 방향과 규제 개혁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정부는 공공 데이터 개방, 테스트베드 제공, 노동·세제 연계 등으로 기업 혁신을 뒷받침한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기술 등 미래 산업은 AI 정부의 선제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재설계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정책 역량이 현실화되면 AI는 미래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성 개선이 없을 경우 2050년 경제성장률이 0%대로 곤두박질 칠 것을 전망한 반면 AI 도입 시 최대 12.6%의 GDP 증가와 3.2%의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한국은행은 예상한다. 이는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으로 AI 정부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 운영 체계로 기능하게 된다.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재훈련, 사회안전망 강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기반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물론 AI가 국가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시대일수록 데이터 편향과 오류를 막기 위한 기술적·윤리적 관리 체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는 AI 활용의 확대가 가져올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에 기인한다.

AI는 판단하고 설계하며 실행하는 ‘의사결정의 뇌’로서 정부의 모든 기능을 재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포용적 서비스 플랫폼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는 민주주의적 설계 철학과 시민 참여 원칙 위에 구축될 때 비로소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공공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조력자로 기능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 정부는 기술을 활용해 사람 중심의 가치를 구현하는 공공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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