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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처럼…생물종 줄면 기후변화 만큼 위협적"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

“생물 종 급감은 기온 상승보다 인류 더 힘들게 할 것

닭 멸종하면 꿩이나 메추라기 고기로 대체해야 할 수도

러브버그 등 대발생도 생물 종 감소 원인일 가능성 커

파괴된 자연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활생연구’ 추진

이번 학기 끝으로 퇴임…인간 다양성의 가치 알릴 것”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생물다양성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단순히 벌꿀을 먹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 대부분이 사라져 엄청난 식량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전망하기도 했지요.”

1991년 유엔(UN)이 생물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보존을 위해 제정한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22일)’을 앞두고 만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아직 기후변화에 비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물종 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펼쳐질 앞으로의 상황이 당장의 기온 상승보다 인류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명예대사로도 활동해온 최 교수는 생물다양성 위기는 기후변화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처럼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로 인한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오히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감소가 인류에게 더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세계는 2015년 유엔 파리기후변화총회를 통해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을 이번 세기 내 1.5~2.0도 내로 억제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전체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그 결과 인류 역시 멸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인류 멸종이 80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북극곰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숲속 작은 곤충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일상에서 관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왔다”며 생물다양성 감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가장 좋은 예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꿀벌의 개체 수 감소 문제를 꼽았다. 그는 “농작물의 대부분은 식물이 번식하기 위한 꽃가루받이가 필요한데 이 중 80%를 꿀벌이 담당한다”면서 "꿀벌이 사라지면 엄청난 식량 대란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브라질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통해 닭의 멸종을 가정한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인 닭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로 멸종한다면 닭의 조상인 야생 닭인 멧닭을 찾아서 다시 가축화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멧닭 역시 일부 종이 이미 절멸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원조 개체가 사라져 그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닭고기를 먹지 못하거나 꿩이나 메추라기·타조 고기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찾아올 수도 있다”며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근원은 전부 자연에서 나온 건데 그 원소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내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최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대벌레·러브버그의 출현도 생물다양성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생물종의 감소가 특정 개체의 급증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가설이다. 그는 “다양한 종들이 모여서 생태계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 한 종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어려운데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특정 곤충이 경쟁자 없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이 근래에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생물다양성 감소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순간 서울 시내에서 여름철 가로등에 부딪히는 풍뎅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곤충의 경우 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개체 수 역시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기후변화나 오염으로 파괴된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자포자기’ 현상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지난해부터 공익 재단인 생명다양성재단을 통해 국내 최초로 야생으로 환원한다는 의미의 ‘활생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연 그대로 생태계가 회복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그동안 환경이 파괴되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힘들다고만 얘기해 왔는데 이제는 회복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인간이 활동을 멈추면 자연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어쩌면 파괴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을 훌쩍 넘긴 최 교수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난다고 밝혔다. 퇴직 후에는 그의 기증으로 마련된 강동숲속도서관 내 ‘과학자 최재천의 서재’에 머물며 대중 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공인 생물학 관련 출판과 유튜브 활동도 계속된다.

“인간은 모든 생물 가운데 유일하게 다양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불행은 다양성의 몰이해, 즉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는 데에서 시작되죠. 생물다양성의 이해가 인간 사회의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단순히 생물다양성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우리 인간의 생존과 행복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인지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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