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면서 미국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판매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19.6% 감소한 28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4월 자동차 총수출액도 같은 기간 3.8% 줄어든 65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관세 부과 본격화와 현대차 조지아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에 수출한 물량은 5만 1148대로 전년 동월보다 20% 급감했다. 현대차의 4월 미국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창이던 2020년 4월(1만 7480대) 이후 처음이다. 대미 수출량을 공개하기 전인 기아와 한국GM도 수출 물량이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수출 감소를 넘어 미국 판매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확보한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관세 비용을 반영해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에서 완성차 기준 3.1개월의 재고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량은 16만 2615대로 전년 동월보다 16.3% 증가하는 등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재고 물량의 소진과 함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미국 공장의 생산 확대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모든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대체할 순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170만 대 중 한국 등에서 수입한 물량은 100만 대에 달한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미국 생산량을 100만 대로 늘려도 전년 기준 70만 대는 여전히 25%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다음 달 2일까지 미국 판매가격을 동결하겠다면서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판매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한 공급망 조정 등으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해 가격 인상 폭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양 사는 그간 미국 내 생산 차량의 일부를 캐나다와 멕시코에 수출해왔는데 앞으로는 전량 현지 판매로 돌릴 예정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시장의 판매 수요는 국내 및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생산 확대에도 국내 생산량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는데 캐나다 수출 물량은 대부분 국내 공장이 커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미국 신차 고객에게 제공해온 무상 수리 서비스를 올 연말 종료하는 등 비용 절감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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