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영화관을 방문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21일 관람했다. 지난달 4일 파면당한 뒤 47일 만의 첫 공개 행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을 방문해 극우 성향 유튜버이자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 이영돈PD가 제작·기획한 다큐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 표 전산집계 과정에서의 부정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상영관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플래카드와 붉은 풍선을 흔들며 ‘윤 어게인’등의 구호를 외쳤다.
300여석 규모의 해당 상영관은 윤 전 대통령의 관람 소식이 전해지며 매진됐다. 배급사 관계자는 “당초 전씨 측 관계자 100명과 부정선거 파이터즈(YEFF)·자유대학 등 청년 지지자 30여명으로만 좌석을 채운 상태였다"면서 “이후 대통령경호처 측으로부터 ‘우리끼리만 보지 말고 일반 예매를 허용하자'는 연락이 와서 잔여석을 열어둔 뒤 추가로 150석이 예매됐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옹호해온 전씨의 초청을 받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취재진에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면서 “2030 청년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해서 응원차 직접 관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PD 및 전씨와 나란히 상영관 정중앙에 앉아 영화를 본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따금 박수를 치기도 했다. 다만 상영이 끝난 뒤에는 별 다른 공개 발언 없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영화관을 떠났다. 이 PD는 취재진에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청년들을 보니까 좋았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PD 역시 이날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불복 운동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영화관에는 시민단체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를 이끌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를 주장해온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황 후보는 배급사의 초대가 아니라 자발적인 관람 차원에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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