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관세 인상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이번주부터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조직 재편과 비용 구조 조정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미국 CNBC는 21일(현지시간) 나이키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성인용 의류 및 신발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2~10달러 인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5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은 10달러, 100~150달러 제품은 5달러 가량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은 6월 1일에 적용될 예정이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이번 주부터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해 가을 부임한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조하며 과도한 할인 정책을 비판해왔다.
다만 인기 제품인 ‘에어포스1’는 115달러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개학을 앞둔 점을 고려해 아동용 제품과 100달러 미만 제품도 이번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다.
나이키는 가격 인상이 관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나이키는 전체 신발의 절반 가량을 중국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산에는 30%, 베트남산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7월 초 관세 유예가 만료되면 베트남산에는 46%의 관세가 적용된다.
나이키는 동시에 6년간 중단했던 아마존 직접 판매를 다음 달부터 재개하기로 다. 브랜드 통제 전략으로 2019년 철수했던 아마존 유통 채널을 다시 열어 온라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카드다. 나이키 측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모두 실적 부진이라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나이키의 2025회계연도 3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매출은 112억6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1% 급감했다.
이는 글로벌 소비 위축에 더해 패션 트렌드 변화에서 소외된 탓으로 풀이된다. 나이키는 지난해 가을 실적 부진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엘리엇 힐로 교체하고 전략, 인사, 스포츠 마케팅 등 주요 부서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기술 인력 일부가 퇴사했으며, 업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부서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한편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며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전날보다 4.2% 내린 59.9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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