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 3층 회의실. ‘21대 대통령 선거 문화정책 대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화예술네트워크, 공연예술인노동조합 등 주로 진보 쪽 127개 문화예술단체가 공동 주최했다고 한다. 각 대선 후보의 문화 분야 공약을 검증한다고 했는데 이날은 후보 측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서 나온 관계자만 참석했다.
대통령 선거를 겨우 10일 가량 앞두고 있지만 각 후보의 공약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과정에 특히 문화 분야의 부실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다. 지난 19대, 20대 선거 때와는 달리 문화 분야에 대한 핵심 쟁점이 별로 없는 이유도 있고, 갑작스러운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 자체가 준비 소홀한 측면도 있다. 특히 광의의 ‘문화’ 가운데 관광·체육에서는 눈에 띌 만한 공약 자체도 없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후보들 중에서 민주당 측을 대표한 고영재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이재명 후보직속 K문화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논의가 주로 진행됐다. 고 부위원장은 “문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 문화는 산업이다. 문화정책을 복지나 지원이 아닌 산업정책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서 문화인 존중, 지역활성화 모델 제시, 문화생태계 보존, 일자리 창출 및 인재 순환구조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 중에 1번(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실현)의 두번째 주요 과제가 ‘K콘텐츠 지원 강화를 통한 글로벌 빅5 문화강국 실현’이고 이어 7번(노동존중)에 세부 사항으로 ‘문화예술인 창작권 보장을 통한 권리 강화’, 8번(생활안정)에는 ‘문화예술인 사회보험 보장 확대 및 복합지원공간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며 “10대 공약 중에 1번, 7번, 8번에 문화예술 관련이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50조원 규모의 문화(K콘텐츠)수출을 달성하고,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이룩하겠다는 등이다. 이외에도 K콘텐츠 창작 전 과정 국가지원 강화, 문화예술인 창작지원 강화, 인문학 지원 분야·규모 대폭 확대 등이 포함됐다. 공약에는 특히 문화재정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예산 확충은 앞서 유홍준 민주당 K문화강국위원회 위원장도 다짐한 사항이기도 하다.
이 후보 측의 문화 정책도 전반적으로 경제와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에서 민주당이 문화 관련해서 ‘시장·산업’ 보다는 ‘공공성’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일단은 이에 대해 ‘경제’에 방점을 재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토론회 현장에서도 일부 참석자는 이재명 후보 측의 ‘문화산업’ 핵심 공약 제시에 대해 ‘예술성·공공성 중시’가 더 필요하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영재 부위원장은 “문화는 예술이기도 하고 경제이기도 하다. ‘문화는 산업이고 예술은 아니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광장의 의견이 퇴색되지 않고 현실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차준우 권영국 후보 민주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준비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문화예술정책 재구성’, ‘문화예술 공공성 강화’, ‘예술인 권리보장’ 등을 제시했다. 주요 후보 가운데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측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이날 진보 쪽으로 쏠린 토론회 참석자들의 분위기로 봐서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이와 관련,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화예술 분야 공약’으로서 ‘문화정책 페러다임, 중앙에서 지역으로 전환’, ‘10분 문화 생활권 조성’, ‘K콘텐츠 적극 지원’, ‘AI 기술 적극 활용’ 등을 제시했다. 문화 공약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제일 첫머리에 제시했는 데 이는 현 정부의 정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공개하며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제1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문체부의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 과제를 김 후보 공약에서는 ‘권역별 공연예술 거점 확대’로 표현하고 있는 정도다. 다만 공식적으로 밝힌 김문수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문화 관련 내용이 들어가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앞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콘텐츠·관광 특보단장으로 임명받았다고 알리면서 핵심 정책과제로 전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 콘텐츠산업 및 한류 수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외래 관광객 유치 전략 고도화 및 지역관광 활성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문화예술·콘텐츠 산업의 미래 대응체계 구축, 콘텐츠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9개 정부 부처를 13개로 축소해 실무 중심의 작은 정부 기조를 확립하겠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문화부’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각 후보들의 공약들 가운데 그나마 눈에 띄는 주제이기는 한데 그러면 관광이나 체육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름만 ‘문화’로 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은 아직 듣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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