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오히려 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고금리 인하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행 20% 수준의 고정형 상한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5일 '법정 최고금리 제도 변화와 추후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대출을 줄이며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정책서민금융으로 이를 메우는 것도 한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법이 시행된 2002년 이후 최고금리는 연 66%에서 단계적으로 인하돼 2021년 7월 현재 수준인 연 20%에 도달했다. 2018년까지는 대부업 시장 확대와 함께 이자부담 경감 효과가 나타났지만 최근 고금리 전환과 경기 악화로 민간의 대출 공급은 급감했다.
실제로 신용평점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2021년 51조 6000억 원에서 2023년 31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권 대출은 7조 6000억 원에서 8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2021년 9918건에서 2023년 1만 3751건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정책서민금융 확대를 통해 보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며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민간 금융회사의 대출 공급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에 대해서는 “운영이 복잡하고 신용경색이나 규제 회피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1980년, 1997년처럼 고정형 상한제를 유지하되 경기 여건에 따라 시행령을 통한 탄력적 조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