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형 공모주가 자취를 감추자 시가총액 10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공모주를 둘러싼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본래 소형 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대형 증권사 다수가 주관 입찰 경쟁에 참여하면서 인력·업력 등에서 비교적 뒤쳐져 있는 중소형 증권사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대형 공모주 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중복 상장 논란도 불거지고 있어 중소형 공모주를 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고 기업공개(IPO) 준비 작업에 들어선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A사의 숏리스트에는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증권이 올랐다. 이 기업은 목표 기업가치를 1000억 원 내외로 잡고 있는데 RFP 배포 과정에서부터 다수 대형 증권사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이전 같으면 입찰에 들어오지 않았을 대형 증권사들이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며 “수수료율보다는 그동안 맺은 신뢰 관계를 토대로 최종 계약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공모 시장에 나온 기업 다수는 대형 증권사가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IPO 공모 건수는 각각 4건, 32건인데 이 중 9건을 미래에셋증권에서 담당했고 6건을 KB증권에서 맡았다. 인수금액이 1000억 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KB증권을 비롯해 삼성·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이었는데 이들 다수는 상장 시가총액이 1000억 원 안팎인 중소형 공모주 위주로 실적을 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 주관 계약을 맺고 올해 공모 시장에 나온 기업 대부분도 대형 증권사 몫”이라며 “최근 주관 계약을 앞둔 기업은 대형 증권사 쏠림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대형 IB가 중소형 IPO 시장에 본격 뛰어든 배경에는 최근 부진한 대형 공모주 시장이 있다. 올 들어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모두 IPO를 철회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중복 상장 논란으로 상장 추진을 미루고 있어 시장에서는 대형 공모주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IPO 주관 시장 선두에 있는 증권사는 보통 40~50명 가량의 전문 인력을 두고 있는데 당장 따낼 수 있는 대형 딜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보다 규모가 작은 거래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IPO본부장은 “대형 IB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경쟁에 나서고 있어 신규 주관 계약을 따내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RFP는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수의계약에 집중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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