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이 기존 정책의 반복에 불과한 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정부 개입 확대 등 '큰 정부'를 시사하는 공약이 많아 역할을 재정립하고, 의대생을 포함한 의료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효진 가톨릭관동대 의대 교수(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는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한국정책학회 공동 기획 세미나에서 '대선 후보자의 보건의료 정책 공약 분석 및 평가'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주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의료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민주성과 공공성을 강조했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원점 재검토하고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해서는 "보건부 독립과 응급의료체계 재설계 등을 공약하고 보건 행정의 전문성과 정부 조직 구조 개편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들의 공약에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며 "정당별 공약이 방향성에 있어 큰 차이는 없지만 세부 이행계획이나 예산 확보방안이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에 대한 정책 공약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공공의료 확충, 의사 인력 수급 등에 대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대다수 후보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우지만 기존 감염병 대응체계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부재하다”며 "세 후보 모두 정부 개입과 지원 확대에 방점을 둬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공공성 확장은 민간 영역과의 대립·갈등을 조장할 수 있음을 고려해 감염관리 강화 등 중장기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주 교수의 견해다. 그는 "정부 역할은 '콘트롤 타워'가 아닌 '코칭 타워'로 발전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는 전문가 집단 외에 예비 전문가인 의료계 학생들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정책 결정 구조 내 의료계 참여 확대를 요구했다.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표면상으로는 ‘국민 건강권 보장’과 ‘의료인력 확충’,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화두를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정부 정책의 반복이거나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의료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만들어진 정책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 후보들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의료계를 협상 테이블의 상대가 아닌 정책 설계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 의협회관 회의실에서 정책협약식을 열고 보건의료 정책 발굴·연구 협력을 약속했다. 1992년 창립된 한국정책학회는 공공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단체다. 전국 정책·행정학 분야의 교수와 박사 등 8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협약서에는 보건의료 관련 정책,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 및 정책 제언과 연구·대응을 위한 공동 연구팀 구성, 정기 실무 회의 등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협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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