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7일 각 당 후보들이 마지막 TV 토론에서 정치 개혁과 양극화 해소를 주제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란 진압’,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패 권력 저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정치 교체’를 핵심 키워드로 강도 높은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앞선 토론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국한된 논쟁에 치우쳐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논의는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날 각 후보들은 서울 마포구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 토론회에서 시작부터 상대를 겨냥한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을 “12·3 내란을 완전 진압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날”로 규정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상대를 절멸시키려는 시도의 가장 극단적 형태가 계엄”이라며 “타협과 공존의 정치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에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정조준했다. 그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대법원장 탄핵 등을 거론하며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 독재하는 ‘방탄 독재’는 처음 듣는다”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출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이날 연대를 선언한 데 대해 “이 상임고문이 괴물 방탄 독재를 막기 위해 오죽하면 저를 지지하겠다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계엄을 옹호하는 비상식 세력, 포퓰리즘으로 유혹하는 반원칙 세력을 동시에 밀어내겠다”며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그는 “‘빨간 윤석열’이 지나간 자리를 ‘파란 윤석열’로 다시 채울 수는 없다”며 “저 이준석이 정치 교체, 세대교체, 시대 교체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침탈이 내란” vs “형법판결 있어야”
이날은 특히 ‘내란’ 용어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국회를 침탈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이유 없이 제한했는데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 내란인가”라고 따지자 김 후보는 “내란 여부는 형법에 의해 판결이 나야지, 계엄을 내란으로 바로 대입해 우리를 ‘내란동조범’이라 모는 것은 언어폭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준석 후보를 향해서는 “(비상계엄 선포 당일) 술 드시다가 그때 알아서 집에 가서 샤워하고 시간 끌고 있었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데 해명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준석 후보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저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려는 건가”라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에게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은 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계엄 해제를 했어야 했나, 안 했어야 했나”라며 “어떤 입장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계엄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김 후보가 답하자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대정부 질문에서 국무위원들 중 김 후보만 고개 숙여 사과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김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이 고함을 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일어나 백배사죄하라는 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반박했다.
“美 입국제한 될 수도”…이재명 집중 공격한 이준석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경제 사상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고리로 집중 공격을 이어갔다. 이준석 후보는 앞서 논란이 된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을 다시 꺼내 들며 “지난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호텔경제학을 방어하기 위해 루카스 차이제라는 독일 공산당 기관지의 편집장을 지낸 분을 들고나와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기 위해 공산주의자 철학까지 들고 와 가르치려 하나. 사과할 의향이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뭐든지 종북 몰이를 하듯이 공산당 몰이를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 사례는 한국은행의 책자에도 나오는 사례”라며 “전체를 봐야지 일부를 왜곡·과장해 침소봉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지금 와서 이렇게 회피하듯 말하는 것이 이재명 후보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고 응수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외교 분야로도 이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연루돼 재판 중에 있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법에 따라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며 “(본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려서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제가 대북 송금에 관여했다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고 (쌍방울그룹이) 주가조작하다가 조사를 받으니 도박 자금설도 있는데 진상은 규명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속옷을 만들다가 스마트팜 하기 위해 북한에 송금하다 걸려서, 도박 자금 날려서 이재명 후보를 물고 넘어진다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들이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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