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배스천 스런 스탠퍼드대학교 교수가 28일 인공지능(AI)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반도체 설계,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5’의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스런 교수는 “AI 시대를 축구 경기라고 생각한다면 전반 5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런 교수는 AI 분야의 선구자로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졌다. 구글 혁신 기술 연구소인 구글X의 창립자이자 무인차 프로그램 ‘웨이모’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서울포럼 2025에서 ‘미래를 설계하다: 구글X, 웨이모, 그리고 AI 프론티어에서 얻은 통찰’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스런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AI 시대에서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GPU는 AI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AI를 위한) 반도체 설계를 통해 새로운 프로세스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도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스런 교수는 “(AI 발전을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물리적인 설계에도 AI가 접목될 것이란 진단이다. 스런 교수는 “아직 비행기, 컴퓨터 등을 물리적으로 쉽게 설계하는 기술은 없다”면서도 “이에 필요한 원재료, 공급망 등과 기본적인 물리학은 이미 공개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설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낸다면 설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만큼 스런 교수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율주행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004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처음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당시에는 40마일 정도를 달리는 로봇 자동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말 그대로 ‘챌린지’에 뛰어들었다. 직접 자율주행 강의를 열고 20명의 대학원생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런 교수는 이 당시 활용했던 기술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컴퓨터가 트렁크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지금처럼 첨단은 아니었다”면서도 “센서, 레이더 등이 웨이모에 사용된 것과 유사했다”고 귀뜸했다.
이후 스런 교수는 모하비 사막에서 130마일이 넘는 거리를 7시간에 거쳐 자율주행 자동차로 횡단하는 데 성공하면서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의 승자가 됐다.
마지막으로 스런 교수는 AI시대에는 규제보다 혁신을 위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최근에야 발명됐다”며 “AI는 초기 단계로 100년, 150년 후면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며 “살아있다는 것은 발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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