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57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거래된 USDT, USDC, USDS 등 3종의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거래 대금은 총 56조 95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테더로 불리는 USDT가 47조 3311억 원(83.1%)으로 비중이 제일 컸고 USDC가 9조 6186억 원(16.9%)으로 뒤를 이었다. USDS는 41억 원(0.01%) 수준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 등 법정 화폐와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5대 거래소를 상대로 자료 요구권을 행사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통계를 축적해왔다.
5대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7조 598억 원에서 4분기 60조 2902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난 뒤 올해 1분기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당선한 것이 거래 급증의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인 한은은 최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부각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며 "일단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또 은행 예금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와 연계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6대 시중은행장과 만나 CBDC 사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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