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차관 인선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 초반 경제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재부 차관에 대한 조기 인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속에 내부 관료 출신 중심의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다.
4일 복수의 기재부 및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거시경제정책, 세제실, 국제금융 등을 담당하는 기재부 1차관 후보로는 이형일 통계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기재부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기재부 차관보까지 올라갔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비서관으로 기용됐다가 현재 통계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는 이 청장에 대해 “기재부 내 업무 이해도와 조정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김진명 기재부 기획조정실장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 국장은 기재부에서 외환제도과장, 국제금융과장 등 자리를 거치는 등 국제금융 관련 조직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며 정통 국제경제 관료로 꼽힌다. 최근 한미 간의 환율 협상도 전두지휘하고 있는데 뛰어난 정무 감각 등을 고려하면 1차관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이와 함께 김진명 기획조정실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재부 국채과장, 대외경제총괄과장을 거쳐 기조실장으로 승진했다. 거시정책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세대교체 가능성을 고려할 때 차관 승진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예산실과 재정 등을 총괄하는 2차관 후보군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임 청장은 전남 해남군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에 2023년 7월 실장급인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로 승진했다. 이후 2023년에 전임 조달청장인 김윤상 청장의 기재부 2차관 임명으로 공석이 된 조달청장직에 임명됐다. 각 부처 예산 배분과 조정 경험이 풍부하며 국회 대응 경험도 탄탄하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기재부 2차관으로 한훈 전 농식품부 차관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전 차관은 호남고등학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기재부 전력기획과장, 경제예산심의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보를 역임한 대표적인 예산통이다. 이후 통계청장과 농식품부 차관을 역임했는데, 최근 이재명 대선캠프 직속 경제성장위원회에서 미래성장비전 분과장을 역임했다. 이 같은 경제캠프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훈 전 차관의 발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차관이 바로 기재부장관으로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활동했고, 이미 다른 부처에서 차관을 했던 만큼 장관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까지 차관 인선은 깜깜이 수준이지만 정무 감각과 정책 전문성을 겸비한 관료 출신 중심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신속한 경제정책에 무게를 두는 만큼 차관 인사는 이르면 내일 중으로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장관은 외부에서 오되 1·2차관은 모두 내부 승진 또는 익숙한 경제관료 중심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1,2차관이 임명되는 대로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곧바로 편성하고 곧이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반영해 다음달 말이나 8월 초에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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