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의료 관련 보장성 정책 확대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간병비 건보 적용, 희귀·중증난치성 질환 산정특례 본인부담률(현행 5%) 인하, 1형 당뇨 중증난치질환 지정, 임플란트 건보 개수 및 연령 확대, 영유아 RSV 백신 건보 적용 등 보건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의정갈등 속 비상진료체계 지원과 각종 의료개혁에 건보 재정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29조 8221억 원인 건보 누적 준비금이 2028년에는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승준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건보 보장성 강화를 이야기하지만 재정 문제 때문에라도 2~3년 후 다시 축소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간병비 건보 적용은 뜨거운 감자다. 요양병원에서 환자 가족이 부담하는 간병비는 하루 평균 7만~15만 원, 월 200만~400만원으로 추정된다. 보건의료노조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간병비 건보 적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0~90%에 달했다.
건강보험연구원은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연 15조 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 중증도를 5단계로 나눴을 때 중증도가 높은 1~3단계 환자 기준 건보 적용 대상자를 약 28만 7000명으로 잡았을 때 예측치다. 작년 건보 총지출액이 97조 3626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건보 재정의 약 15%가 간병비로 새로 지급돼야 한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1조 2000억 원 투입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간병인 1명이 환자 8명을 간병하면 연간 간병비 총액은 1조 5216억원으로, 국가가 80%를 부담한다고 하면 총 건보 재정 투입액은 연간 1조 2172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임플란트 건보 확대에도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건보 적용 임플란트 개수를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본인부담률은 기존 30%를 유지할 경우 진료량이 50%가량 늘 수 있어 약 1조 8000억 원의 건보 재정이 추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 적용 임플란트 개수를 2개로 유지한 채 대상 연령만 65세에서 60세로 낮추면 연 55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건보 재정을 고려하면 잘못 지급되고 있거나 불필요한 건보료 지급을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정부 지원금 확대도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에서 13~14% 지원에 그치고 있는 지원금을 더 높여야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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