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오후 9시 미국 대표 전자제품 판매점 베스트바이 마운틴뷰점. 일몰 이후에는 인적이 드문 교외임에도 수백여 명이 길게 줄지어 매장을 둘러 싼 모습이 낯설다. 이내 낡은 슈퍼마리오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빨간 ‘닌텐도 스위치2’ 박스를 치켜 들며 매장을 뛰쳐나오자 주위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미 동부시간 5일 자정을 기해 북미 전역 전자제품·게임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풍경이다.
이날 닌텐도는 신형 콘솔 게임기 스위치2를 미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 출시했다. 2017년 전작 출시 후 8년 만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출시 후 8년간 1억5200만 대가 팔려나간 글로벌 흥행작이다. 콘솔 선호도가 높은 북미 지역에서는 ‘가정용 파티 게임기’로 명성이 높다. 올 3월까지 스위치 북미 판매량은 5800만 대를 넘어선다. 전체 판매고 3분의 1 이상을 북미에서 올린 것이다.
현장구매자 ‘1순위’로 캠핑 의자를 펴놓고 앉아 있던 한 소비자는 오전 4시부터 장장 17시간을 매장 앞에 대기했다고 한다. 그는 “홈페이지가 먹통이 돼 예약에 실패했는데 공급난과 관세에 크리스마스까지도 물량이 부족할듯 해 아들과 함께 일찌감치 줄을 섰다”며 “미국인들에게 닌텐도는 디즈니처럼 전 세대에 친숙한 ‘온 가족의 브랜드’”라고 말했다.
실제 스위치2는 당분간 공급난에 시달릴 전망이다. 베스트바이 고객서비스담당 수석부사장인 제이슨 본피그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약물량 외 재고가 매우 제한적으로 당일 밤 매진될 것”이라며 “추가 수급까지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는 스위치2가 내년 3월까지 15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본다. 이조차 보수적인 추정이다. 블룸버그는 3월까지 최대 2000만 대 출하가 가능하다는 예상을 내놨다. 기술적 개선과 관세 여파로 전작 대비 가격이 50% 상승했으나 흥행을 의심하는 이는 적다. 닌텐도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닌텐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2.3%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달리는 중이다.
스위치2의 흥행은 삼성전자(005930)에도 호재다. 스위치2 ‘두뇌’인 엔비디아 ‘테그라 T239’ 칩셋은 삼성전자 8㎚(나노미터)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작에 쓰인 테그라 X1 칩셋은 TSMC가 제조해왔다. 수주전에서 TSMC에 승전보를 올린 것이다. 8㎚는 최선단 공정은 아니나 도리어 성숙 공정이기에 수율과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스위치2 칩셋 수주로 12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공정 호평’도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추가적인 파트너십에 긍정 요소로 꼽힌다. 황 CEO는 지난 3일 닌텐도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최적화 반도체 공정 기술을 통한 저전력 등을 기반으로 휴대 기기 역사상 가장 진보한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