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밀월이 막을 내렸다. 머스크 CEO는 정부효율부(DOGE) 업무를 공식 종료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는 결국 미쳐버렸다”며 우호적이었던 둘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났음을 알렸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머스크CEO가 운영하는 각종 사업체에 대한 정부 계약이나 보조금을 중단하며 보복에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의 감세 법안 비판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앞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OGE 수장 임기 종료를 기념하는 고별식을 열어준 뒤 나흘 만인 지난 3일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글 등을 엑스에 올리며 맹공을 펼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을 비판한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 폐지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한 것,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를 의도치 않게 끝내게 된 것 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 행정부를 떠난 다음에 어느 시점에 그것을 심하게 그리워하고,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적대적이 된다”며 “그(머스크)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즉각 반발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엑스(X)에서 반격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폐지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하라”며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고 말했다. 머스크CEO는 또 자신이 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거짓”이라며 “이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지 않았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영상에도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가 됐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고 쏘아붙였다. 머스크는 이어 “미국에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엑스 이용자들에게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는 또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가 “나는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야 할지 일론 편을 들어야 할지 묻는 의원들을 알고 있다”는 글을 올리자 답글로 “그들이 이 질문을 숙고하면서 생각해볼 것: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썼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는 “진짜 대형 폭탄을 떨어뜨릴 시간이다. 앱스타인 문건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있고 그게 문건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라며 “트럼프, 좋은 하루 보내길”이라고 썼다. 앱스타인 문건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와 인신매매, 성매매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성접 관련된 문서다. 2024년 법정에서 공개될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문건에 이름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전체 문서를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이런 반응에 대해 트루스소셜에서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정책을 빼앗았다”며 “그리고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재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전략가는 “정권 교체기 당시 사람들에게 이 사람(머스크)가 예측 불가능하고 미성숙하며 자기애가 과하며,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그는 너무 무능했고 1조 달러의 예산 삭감을 할 수 있다고 거짓말했다”며 머스크 비판에 동참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머스크 CEO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각종 정부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며 관계 파국에 따른 후속 조치를 시사했다.
현재 테슬라는 물론 머스크 CEO의 또다른 기업인 스페이스X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리거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0 회계연도 이후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정부 계약을 통해 얻은 수익은 225억 달러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의 측근을 항공우주국(NASA) 대표에 앉혀 스페이스X와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스페이스X의 기술을 NASA가 필요로 하고, 계약해제시 기존 사업과 신규 우주 사업 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약 해지 위협에 대해 “해방 발언의 고려해 스페이스X는 드래곤 우주선의 퇴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래곤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과 인력을 수송하는 우주선으로 스페이스X의 기술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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