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실무자 자문위원회(ACIP) 17명을 전원 해고했다. 전문가들은 위원회 기능 마비와 신뢰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백신 과학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백신 자문위원 전원을 교체하는 대청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케네디가 해고한 ACIP 위원들은 정부에 속하지 않은 민간 의료·행정 전문가들로 CDC와 보건부에 백신 안전성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백신 데이터를 검토한 뒤 누가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보험사들이 이를 보험 지급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등에 관해 판단한 후 백신 허가 여부를 권고한다. CDC 국장은 ACIP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해 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케네디 장관은 자문위원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위원회가 지속적인 이해충돌 문제로 백신 도장을 찍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ACIP가 안전성 문제로 나중에 철회된 백신조차 반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건기구에 대한 신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 FDA 수석 과학자인 제시 굿맨은 "이번 해고는 비극"이라며 "과학자와 의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신뢰와 자신감을 떨어뜨는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케네디는 복지부장관에 취임한 뒤 다양한 정책 변화를 통해 백신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오랫동안 mRNA 기반 백신에 반대해왔다. 그는 mRNA 기술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을 겨냥해서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백신"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관련해서는 감염된 닭을 도살하는 대신 바이러스를 무리 전체 퍼지게 한 다음 살아남은 개체를 찾아 그들의 면역 원천을 찾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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