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주요 선진국보다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두드러지고 최근 역성장 빈도까지 높아지면서 성장 동력 확충과 고령화 대응 등 구조개혁의 시급성이 부각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1994~2024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6%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4개국 대상) 중 가장 큰 하락 폭으로 2위인 칠레는 5%포인트대로 나타났다. 3위 일본에 이어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프랑스 등이 뒤를 이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동·자본·생산성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 성장률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숙할수록 잠재성장률은 낮아진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의 하락 속도는 미국·영국·호주 등과 비교해 월등히 빠르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이들 국가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가능인구’에 있다”며 “영국과 호주는 이 인구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한국은 빠르게 줄고 있어 성장잠재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은은 △투자환경 개선 △혁신기업 육성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경제 기초체력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공개한 ‘최근 역성장 빈도 증가’ 보고서에서는 한국 경제의 분기별 역성장 발생 빈도가 최근 들어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0년대에는 2017년 4분기 한 차례를 제외하고 역성장이 거의 없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역성장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을 바탕으로 정규분포 가정 아래 역성장 발생 확률을 산출한 결과 역성장 발생 확률은 2014년 평균 4.6%에서 2024년 13.8%로 3배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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