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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정치가 빚어낸 '갈등 공화국'…한국판 '몽플뢰르'가 답이다

[성장 막는 6대 난제 풀자]

<4> 성장 갉아 먹을 갈등-양극화

밀양 송전탑·제주 해군기지 등

갈등지수 4점 만점에 3.04 최고

사회 경제비용만 年 80조 달해

여야·보수진보 정치대립도 만연

"갈등 조장·해소 모두 정치 역할"

李정부 공론화위 꾸려 대화 유도

"해외 국민통합 성공모델 참고를"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던져 놓은 분열이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의 21대 대선 소식을 전하면서 국론 분열에 대한 우려를 덧붙였다. 우려대로 이미 여러 지표들은 대한민국을 ‘갈등공화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조사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만연한 갈등이 방치될 경우 국가 성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1990~2022년 발생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2628조 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80조 원 규모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292조 원의 3.4%가 갈등 비용으로 날아간 셈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갈등, 동남권 신공항 논란 등 반복되는 사회 갈등으로 해마다 수십조 원을 날리고 있지만 정작 이를 풀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손 놓은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갈등지수는 최고 수준인 반면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을 뜻하는 갈등관리지수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사회 분열 속에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갈등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선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5일 “갈등이 첨예한 현안에 대해 ‘의제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의 사례들을 실제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공약하는 등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갈등 조정에 적극적이다. 취임 직후에는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시민사회수석실을 경청통합수석실로 확대·개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가 확고한 지지층 확보를 위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이번 정부는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사생결단식 ‘검투사 정치’로 반목해온 국회 역시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를 복원해 갈등 해소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해야만 협상과 타협이 가능하다”며 “강자와 약자 중에서는 강자가 양보해야 한다. 즉 더불어민주당이 더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제도적 기반도 절실하다.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갈등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안적분쟁해결(ADR)’ 제도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등과 같은 조정 시스템을 통해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현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각종 공론화위가 활성화하는 점은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신고리 원전 설치를 비롯해 선거제도 개편, 연금 개혁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공론화위가 도입되면서 숙의 민주주의에 따른 갈등 조정 모델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연금 개혁 공론화위 활동의 경우 올 3월 18년 만의 연금 개혁안 처리로 이어졌다. 의대 증원과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및 송전망 설치 등 수십 년째 풀지 못한 갈등 이슈도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제도적 노력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몽플뢰르 대타협(Mont Fleur Scenarios)’ 모델을 참고하자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아공은 민주화 과도기인 1991~1992년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모여 ‘10년 후 미래’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공론화했다. 이후 넬슨 만델라 정부는 ‘플라밍고의 비행 시나리오’를 채택해 흑백 양 세력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성공시켰다. 민주주의 이행 과정의 첨예한 갈등을 국민통합으로 이끈 몽플뢰르 대타협은 현재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정치”라며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 존재할 수 있고 나를 찍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있다고 생각하면 갈등 해소가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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