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치과·기공소와 협력해 AI 기반 치아 보철물 당일 치료 시대를 열겠습니다."
김영준 이마고웍스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치과 치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동시에 보철물 생산의 품질과 생산성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회사의 AI 보철물 디자인 솔루션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마고웍스는 2019년 1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의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AI 기반 보철물 디자인 솔루션 기업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의료용 캐드(CAD)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의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의료용 CAD란 사람의 인체에 있는 발, 뇌, 무릎, 간 등의 3차원 구조에 대한 소프트웨어 기술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또 인적 구성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꾸리고, 끊임없이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이마고웍스 구성원은 서울대 캐드(CAD) 연구실과 KIST 의공학연구소 출신 석·박사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과 연구소 시절 보철물 외에도 사람의 발, 뇌, 무릎, 간 등 다양한 종류를 설계하는 연구를 했다"면서 "의료 AI 기술이 전 세계와 인류에 굉장한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마고웍스는 치과 시장의 디지털화를 이끌 AI 기업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국내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대규모 성장 자금을 받았다. 회사 설립 직후인 2020년 초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투자를 유치해 왔다. 누적 투자금 규모는 360억 원 이상이다. 주요 투자자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309960), 인터베스트, 컴퍼니케이(307930), 스틱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K2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등이 포진해 있다. VC들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유관 기업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도 유치하며, 협력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도 치과의 디지털화가 가장 빠르고, IT 기술과의 접목이 용이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이마고웍스를 설립했다. 이후 약 3~4년 간 개발을 통해 보철물 디자인 자동화 솔루션인 '덴트버드 솔루션즈'를 시장에 내놨다. 덴트버드는 AI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형태인 AIaaS(인공지능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지향한다. 구독 형태로 제공해 치과와 기공소들의 비용부담을 낮추고, 웹상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덴트버드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3차원 CAD와 대량 데이터 처리 기술이 접목돼 있다. 기존 10분 이상 걸렸던 보철물 디자인을 1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덴트버드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연간 구독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100곳 이상의 기공소가 도입했다. 일본에서도 30곳 이상의 기공소가 덴트버드를 도입하는 등 해외 반응도 뜨겁다.
김 대표는 "덴트버드는 크라운 등 보철물 디자인을 AI로 자동화해, 숙련도가 낮은 기공사들도 손쉽게 보철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라며 "기공소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덴트버드는 작업 효율을 높이고 제작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덴트버드 솔루션 도입에 따른 장점으로 보철물 치료 시간 단축을 꼽았다. 기존 치과에서 보철물 치료를 받을 경우 구강 스캔과 보철물 제작, 기공소 배송 등에 일주일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덴트버드를 도입할 경우 치과 병원 내에 있는 기공소에서 보철물을 바로 제작할 수 있어 빠르면 1시간 안에 치료가 가능하다. 외부 기공소도 보철물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만큼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덴트버드는 일반적인 보철물의 경우 하루 만에 치료를 마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고웍스는 올해부터 보철물 분야에서 신사업을 전개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먼저 신사업으로 '덴트버드 커넥트'를 시작한다. 덴트버드 커넥트는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현지 치과와 국내 기공소를 온라인 상에서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협력 파트너로는 이마고웍스의 주주이기도 한 일본 치과 분야 유통사 Ci메디컬이 나선다. 이마고웍스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Ci메디컬은 현지 판매와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Ci메디컬은 치과 유통을 주력으로 해 연간 매출 1조 원 이상을 올리는 일본의 대형 기업”이라며 "향후 국내 기공소들은 덴트버드 커넥트를 통해 고품질 보철물을 일본 치과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보철물 디자인뿐 아니라 직접 제조하는 사업에도 뛰어든다. 이를 위해 미국 현지 기공소를 인수하고, 생산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판로 확보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보철물을 직접 제작해 미국 전역의 보훈병원 등에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치과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에도 보철물을 공급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AI 기술로 보철물 제작 효율성을 대폭 높인 만큼, 현지 제작 후 치료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마고웍스는 덴트버드의 안정적인 성장세와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 매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2~3년 내에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전국 치과와 기공소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우리나라의 훌륭한 치아 보철물 기술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나아가 기공사 부족, 진료 시간 제약 같은 치과와 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AI 기술로 해결해 나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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