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영국 런던 무역 회담이 큰 틀의 결실을 맺고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왔지만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관련 협약이 한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미국의 세계 각국과의 관세 협상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상호관셰 유예 기간이 또다시 연장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0포인트(-0.00%) 내린 4만2865.7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6.57포인트(-0.27%) 하락한 6022.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9.11포인트(-0.50%) 떨어진 1만9615.88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희토류 받았고, 中유학생 허가”…WSJ은 “희토류 라이센스는 6개월 짜리”
전날 밤 미국과 중국의 런던회담이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는 무역 전쟁 관련한 한 시름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합의는 완성됐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런던 회담의 성과를 알렸다. 그는 “영구 자석과 필요한 모든 희토류는 중국에 의해 ‘선지급(up front)’ 형식으로 공급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대학을 이용하는 중국 학생들과 관련된 것을 포함한 합의 사항을 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증시가 하락한 것은 시간이 갈 수록 미중 합의는 물론 관세 정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우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및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허가에 6개월 기한을 설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개월의 기한 설정은 로이터 통신이 최근 미·중 런던 회담이 열리기 전 최근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서 받은 희토류 구매 라이센스 중 6개월 짜리 한시적 허가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해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이날 WSJ의 보도는 회담 이후 중국이 부여하는 희토류 수출 라이센스도 6개월로 제한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렀다. WSJ는 “런던에서 진행된 치열한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허가를 일시적으로 복원하기로 한 것은 핵심적인 돌파구 중 하나였다”면서도 “6개월이라는 기한 설정은 양측의 갈등을 다시 불 붙일 수단을 (중국이) 여전히 손에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한시적 공급은 무역 불안은 물론 미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은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상호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계 유예가 끝나는 7월 9일이 되면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성실하게 협상하는 그런 국가들 또는 유럽연합(EU) 같은 무역 블록에 대해서는 선의의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날짜를 연장(roll the date forward)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입장에서 이같은 조치는 세계 각국에 대한 관세가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베선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오후 1시 30분을 전후해 꺾였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관세 유예기간을 연장할 경우 기간이 얼마나 될지, 현재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베선트의 발언은 다시 한번 미국 관세 마감일이 변경 가능하다는 점을 세계에 알린 것”이라며 “이는 금융 시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확실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CPI 호조 안심할 틈도 없이…건들락 “美 채권, 심판의 날 오고 있다”
월가 거물들이 미국 자산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낸 점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이날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건들락은 “미국의 부채 부담과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을 감내하기 어렵게 됐다”며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장기 국채가 우량 투자 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비(非)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배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즈호의 다니엘 오레건은 “건들락 CEO는 새로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미국 국채에 대해 심판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에게 (고강도 경고로) 놀라움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국채는 5월 CPI 안도에 가격이 상승했다. 10년 물 미국 국채 금리는 5.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27%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 상승률(2.3%)보다 오름폭이 커졌지만, 시장 전망치(2.4%)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 올랐다. 각각 0.2%였던 전월 상승률과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블룸버그가 전망치 중간값을 산출하기 위해 접촉한 73명의 이코노미스트들 가운데 0.1% 상승을 전망한 이들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5월 인플레이션은 예상 밖의 둔화세를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대비 2.8% 상승해 전월 상승률과 같았으며 시장의 전망치(2.9%)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근원CPI 상승률은 0.1%로 직전월 0.2%보다 오름폭이 감소했으며 시장 전망치(0.2%)보다 낮았다.
월가는 아직 관세 효과가 반영되기 전 일 뿐 안심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글로벌 수석 전략가인 시마 샤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CPI 데이터에 반영되기까지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짓기엔 너무 이르다”며 “관세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려면 아마 늦여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