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 속 지역 환자들의 서울행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 4조원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방 환자들은 중증질환일수록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도 80%에 이르렀다. 지역 국립대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도 4조원대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일 공개한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거주 환자가 지역 국립대병원 대신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함에 따라 추가로 드는 비용은 연간 최대 4조6270억 원으로 추산된다. 숙박비와 교통비만 합해도 4121억원에 이르며, 여기에 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고려한 비용도 1조7537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진료에 따른 환자 본인 및 가족들의 기회비용을 추산한 결과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것은 의료격차 때문이다. 연구진이 수도권 제외 지역 거주자 1050명을 대상으로 한 ‘지방 거주민의 국립대학병원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1.2%에 달한다. 지역 의료환경, 의료서비스가 각각 수도권에 비해 미흡하다는 응답도 76.0%, 59.6%에 이르렀다. 이에 지방 거주자들은 중중질환일수록 서울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경증질환일 경우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에 긍정적인 응답이 54.1%인 반면 중증질환일 때는 43.5%였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80.9%는 지역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전문의료인력의 확보(81.0%)였다. 응급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 진료 역량 고도화(80.1%), 필수진료과 확충(78.6%), 병원 및 시설장비 개선(76.5%)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김희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국립대학병원보다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응급의료 등에서 지역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지역 국립대학병원이 그 지역의 중추적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한정된 지역 의료자원을 고려할 때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의료자원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진료 공백 해소와 중증진료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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