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외국인 마약사범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마약 거래 활성화로 20~30대 마약사범 비율도 사상 최고치를 보이는 등 국내 마약 범죄가 외국인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노만석 검사장)는 15일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만 3022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다 수치를 보인 전년 2만 7611명보다 16.6%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023년보다는 줄었으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특히 최초 집계 시점인 1985년 당시 마약사범 1190명보다 지난해가 20배 많은 수준으로 마약사범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훨씬 상회한다.
최근 수년간 마약사범이 크게 증가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 거래 활성화 때문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1999년 이후 마약사범은 1만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 무렵부터 SNS·다크웹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마약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 숫자가 역대 두 번째로 2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른바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대비 60.8%로 사상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20·30대 마약사범 숫자는 1만 3996명을 기록했다.
다만 2023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대 마약사범 숫자는 지난해 649명으로 56% 감소했다. 대검찰청은 "몇 년 사이 10대 마약사범 수가 꾸준히 늘었지만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이후 범정부적 예방과 단속으로 10대 사범이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체류 외국인 숫자가 26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가운데 외국인 마약사범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외국인 마약사범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3232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마약사범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산업단지나 대규모 농장을 통해 유통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동남아 마약조직과 결탁해 국내로 유통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라오스계 마약조직과 연계된 국내 마약유통 조직이 태국 마약상을 통해 밀수한 필로폰을 은닉한 사실을 밝혀내고 마약 조직 일당을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전체 범죄유형별로 보면 마약류 투약사범과 공급사범(밀조·밀수·밀매)은 각각 9528명, 7738명으로 전년 대비 12.6%, 15.4% 감소했다. 다만 마약류를 직접 만든 제조사범(밀조)은 19명으로 전년 6명에서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마약 압수량은 1,173.2㎏으로 전년 998㎏ 대비 17.6% 높아졌다. 코카인·야바·JWH-018(일명 합성대마) 압수량은 전년 대비 증가하고 메스암페타민(필로폰)·대마초 압수량은 감소했다. 대검 관계자는 "마약범죄의 사회적 해악을 고려한 양형기준 강화 의견을 개진해 지난해 7월 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강화된 범죄 양형기준이 심의-의결되도록 했다"며 "법무부·식약처·보건복지부 등과 협업해 재활 연계모델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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