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분야 중국 최고 명문 대학인 칭화대에서 집적회로학원(반도체대학원) 종신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우근 교수가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복귀한다. 이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IBM 왓슨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 중국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학과에 부교수로 부임한 후 2016년부터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생활 20년 차를 정리하는 그는 올해 8월부터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양자 정보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손꼽히는 김기환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도 한국으로의 귀국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양자 정보 관련 연구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거물급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한국행은 여러모로 관심을 끈다. 이들은 일찌감치 중국에서 활동하며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첨단 과학 분야는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장비·소프트웨어 등에 이르기까지 수출통제에 나섰지만 중국은 점차 기술 자립의 꿈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 양자 관련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는 중국이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동안 기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는지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딥시크의 등장,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 등은 ‘차이나 테크’를 집중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경제신문도 9회에 걸친 ‘중국 제조 2025 10년’ 기획을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전기차·배터리·로봇·드론·항공우주 등의 분야에서 중국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조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중국이 육성 중인 총 13개 핵심 산업에서 5개 분야(전기차,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무인 항공기, 그래핀, 고속철)는 이미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분야에서도 미국 및 유럽과의 기술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중국을 집중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파격적인 이공계 인재 육성, 과감한 규제 철폐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해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핵심 기술은 해외로부터 빼돌렸다는 식이다. 팩트만 따지고 보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기술 추격국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조선·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스파이를 심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결국 중국이 특정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섰거나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다. 중국은 이미 ‘중국 제조 2025’ 성과를 바탕으로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AI·로봇·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처럼 중국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동안 한국은 메모리반도체·2차전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자리걸음이다. 비상한 시국에 집권한 새 정부의 경제 운영이 ‘성장’에 방점이 찍힌 이유일 것이다. ‘경제수석’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꿨고, 산하 경제금융비서관도 성장경제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성장을 일구는 핵심 자원은 기술이다. 정부는 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을 위해 세제·예산 등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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