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원자재 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동에서 전해지는 실시간 뉴스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근월물 기준)은 미 동부 시각 새벽 3시 48분 기준 전일 종가 대비 1.39% 오른 배럴당 72.77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8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57% 상승한 배럴당 74.3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3% 가까이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 전환하는 등 온종일 출렁이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 현지를 떠날 것을 촉구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값도 비슷한 흐름이다. 금 선물 가격은 미 동부 새벽 3시 50분 기준 전장 대비 0.28% 하락한 온스당 3407.90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날 금값은 3422.7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아시아 증시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이날 반도체 관련 종목의 강세로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0.59%)와 대만 자취엔지수(0.73%)는 상승장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중국의 대표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0.04%)는 약보합을 나타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의 격화로 미국과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BOE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연준과 BOE는 각각 18일과 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연준은 올해 들어 3회(1·3·5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BOE는 앞서 5월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인하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로 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추후 물가에 끼칠 파장을 우려해 중앙은행들이 신중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ING의 상품 부문 책임자인 워런 패터슨은 “연준이 3분기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중동 사태는 이러한 기조를 더 확고히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이와 함께 내년 4월부터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현재 분기당 4000억 엔에서 2000억 엔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해 월간 국채 매입량이 약 6조 엔에 달했으며 현재는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매입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 일본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불안한 상황이 펼쳐지자 일본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행은 계획대로라면 2027년 1분기 국채 매입액이 월 2조 1000억 엔 규모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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