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의 ‘6년 동맹’이 파열음을 내면서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추가 투자 유치와 인공지능(AI) 기술 공유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오픈AI가 MS를 규제 당국에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건 당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MS가 이제는 오픈AI의 최대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와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픈AI 경영진이 최근 MS를 반경쟁적 행위로 고발하는 옵션을 논의했다”며 “반독점법에 위반하는 계약 조건에 대해 연방 규제 기관의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캠페인을 펼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현재 오픈AI는 지주회사 격인 비영리법인이 챗GPT 등을 운영하는 영리법인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구조다. MS는 영리법인에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MS는 오픈AI에 자금을 댔을 뿐 아니라 AI 개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지원해왔다. MS는 그 대가로 오픈AI가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조기 접근 권한을 얻어 자사 서비스에 활용해왔다.
그러나 오픈AI 사업이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MS와의 파트너십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추가 외부 투자 유치에 따른 MS의 지배력 약화가 트리거가 됐다는 평가다. 오픈AI는 최근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기업가치 3000억 달러에 총 40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초 MS가 100억 달러를 투입할 당시 290억 달러에 불과했던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오픈AI는 영리회사의 공익법인(PBC) 전환과 장기적인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 중이다. 반면 기존 주주인 MS는 공익법인 전환 시 지분율 감소를 우려해 구조 전환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오픈AI가 최근 들어 노골적인 탈(脫)MS 행보를 보이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다. 오픈AI는 MS 애저 외 다른 클라우드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만들기로 한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역시 MS 클라우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힌다. 최근 오픈AI가 인수한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MS는 윈드서프 지식재산권(IP)을 오픈AI 기술처럼 공유받기를 원하지만 오픈AI는 반대하고 있다. MS AI 코딩 도구인 깃허브 코파일럿이 윈드서프와 경쟁 관계인 탓이다. 윈드서프 인수에 앞서 오픈AI와 MS는 AI 기술 사용 계약에 대한 재협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S가 2030년 이후에도 오픈AI 기술 접근 권한은 얻는 대신 공익법인 전환에 맞춰 지분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급’이 커진 오픈AI가 초기 계약 조건 변경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오픈AI에 투자했던 MS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크계 관계자는 “2023년 11월 올트먼 CEO 해고 사건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올트먼을 지지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이라며 “1년 반 만에 뒤바뀐 태도에 MS는 오픈AI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S의 애매한 태도가 양사 간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MS가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 공동 설립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영입하고 독자 AI 개발에 나서자 오픈AI가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슐레이만은 올트먼과 냉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오픈AI는 날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날 미 국방부는 오픈AI와 AI 도구 제공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계약으로 오픈AI는 전투 및 기관 분야에서 중요한 국가 안보 과제 해결을 위한 최첨단 AI 기능의 시제품을 개발하게 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 7월까지이며 금액은 2억 달러 상당으로 알려졌다. MS가 국방부 맞춤형 AI를 개발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산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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