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사용으로 향후 몇 년 안에 회사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I 열풍으로 인간 일자리 대체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가운데 빅테크 기업 임원이 AI활용으로 자사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재시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업무처리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재 수행하는 일부 직무에는 더 적은 인원이, 다른 유형의 직무에는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특히 물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사적으로 AI를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도구를 배우고 직접 실험해보라"며 "(이를 통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고용업체로 지난 3월 말 기준 156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대부분 창고에서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업무를 하지만, 그중 약 35만 명은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다.
아마존은 음성 비서 알렉사에 생성형 AI를 탑재한 알렉사+, 쇼핑 비서뿐만 아니라 아마존 웹 서비스(AWS) 클라우드 부문에서 판매하는 개발자 및 기업용 AI 도구를 내놓는 등 AI에 막대한 투자를 해오고 있다. 사내에서도 재고 배치, 고객 서비스, 제품 목록 등에 AI 도구를 사용 중이다.
미국 빅테크 수장이 AI로 인해 자사 고용이 줄어든다고 공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기술기업 CEO들은 AI가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를 꺼려했다. 대신 이들 모델이 제공하는 효율성 증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오히려 AI가 엔지니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며 적극적인 인력 채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직원 약 6000명을, 메타가 직원의 약 5%를 감원한다고 밝히면서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들었을 뿐, AI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계에선 앞으로 아마존처럼 'AI의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인력 규모를 조정하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는 지난 4월 신규 채용보다 AI 활용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인력 충원 요청 시 AI가 그 업무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외국어 학습 서비스 업체인 듀오링고도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계약 직원 고용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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